연세대, 챗GPT 이용한 '집단 커닝' 의혹…"0점 처리·유기정학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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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전경. [사진=연세대학교]

연세대학교 한 강의의 중간고사에서 챗GPT를 이용한 집단 부정행위 정황이 발견돼 학내 파장이 일고 있다. 

9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연세대 신촌캠퍼스의 3학년 대상 수업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 담당 교수는 최근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다수 발견됐다"며 "자수하는 학생은 중간고사 점수만 0점 처리하고, 발뺌하는 학생은 학칙대로 유기정학을 추진하겠다"고 공지했다.

자연어 처리와 거대언어모델(LLM) 등 생성형 AI를 가르치는 이 수업은 약 600명이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강의인 만큼 수업은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중간고사 또한 지난달 15일 비대면으로 치러졌는데, 그 과정에서 사달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행위를 막으려는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험은 온라인 사이트에 접속해 객관식 문제를 푸는 식인데, 응시자에게 시험시간 내내 컴퓨터 화면과 손·얼굴이 나오는 영상을 찍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은 촬영 각도를 조정해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컴퓨터 화면에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식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 문제를 캡처하거나 화면 창과 프로그램을 계속 변동한 학생도 있었다.

이에 조교들과 함께 영상을 전수 조사해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수'를 권했다.

실제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 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강생 사이에선 절반 이상일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한 수강생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양심껏 투표해보자"는 투표 글을 올렸는데, 이날 기준 스스로 비수강생이라고 한 응답자를 제외한 387명 중 '커닝했다'가 211명, '직접 풀었다'가 176명이었다.

상당수는 부정행위 과정에서 AI를 몰래 쓴 것으로 추정된다. 

생성형 AI가 대중화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대학가의 혼란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AI 성능이 빠르게 고도화되며 학습 보조도구 수준을 넘어선 상황에서, 학교의 AI 사용 정책이나 윤리 기준 논의는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4∼6년제 대학생 726명 중 91.7%가 과제나 자료검색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대학 131곳 중 71.1%는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다.

학생들의 AI 의존도가 커지며 스스로 사고하는 힘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기인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걷는 법을 배워야 할 학생들이 (AI로) 오토바이 타고 가는 상황"이라며 "AI 의존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AI 시대의 교육과 평가 방식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AI의 적극적인 사용을 허용하되, 출처를 투명하게 밝히게 하자는 등의 제언이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은 "AI 결과물뿐 아니라 개인 의견을 적어내게 해 비판적 사고를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장은 "대면발표나 심층토론 같은 새로운 교육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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