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합성니코틴] [르포] 학교 옆 전담 매장도 성인인증 무용지물 '규제 공백'

  • 오락실처럼 꾸민 무인 전자담배 가게

  • 합성니코틴 규제 공백 틈타 급격히 증가

  • 현장선 "인증허술 10대 구매 시도 많아져"

서울 관악구 한 전자담배 무인판매점에 설치된 자판기 별도의 얼굴 인증 없이 신분증만 투입하면 성인인증이 가능한 구조다 사진김현아 기자
서울 관악구 한 전자담배 무인판매점에 설치된 자판기. 얼굴 인증 없이 신분증만 투입하면 성인인증이 가능한 구조다. [사진=김현아 기자]

지난 17일 오후 찾은 서울 관악구 한 주택가.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맞닿아 있는 이곳에 최근 '24시 무인운영'이라고 크게 써붙인 작은 전자담배 매장들이 잇달아 들어섰다. 

기자가 방문한 한 무인 매장은 문에 '19세 미만 출입금지'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자동문 버튼을 누르자 별도 인증 없이 문이 열렸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 어린이까지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설 수 있었다. 

내부에는 액상·일회용 기기 등 제품 이미지 등 전자담배 자동판매기 몇 대만 들어서 있었다. 복숭아, 포카리, 바나나킥 등 디저트 향을 앞세운 패키지는 전자담배라기보다 새로 나온 간식으로 착각할 정도였고, 화려한 LED 조명과 수시로 바뀌는 광고화면은 인형뽑기방이나 오락실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전자담배 매장임에도 별다른 금연 광고를 찾아볼 순 없었다. 

자판기 화면에서 제품을 선택하자 성인인증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떴다. 인증은 주민등록증이나 모바일앱을 통해 진행할 수 있었다. 안내에 따라 실물 신분증을 투입하자마자 화면은 곧바로 결제 페이지로 넘어갔다. 신분증 주인 얼굴을 확인하는 대조 절차는 없었다. 성인 신분증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구조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학생들이 하굣길에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을 여러 번 봤다"며 "미성년자가 구매해도 확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대학가 주변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에도 유동 인구가 많은 곳마다 한 블록 건너 하나씩 무인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지하철 출구 근처 매장은 입구부터 귀여운 캐릭터와 여성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로 행인들 눈길을 잡아끌었다. 합성니코틴 제품이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현행 규제의 빈틈 탓에 '담배 광고는 여성이나 청소년을 묘사해선 안 된다'는 광고 규제 역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전자담배 무인판매기에 진열된 액상 제품들 사진김현아 기자
전자담배 무인판매기에 진열된 액상 제품들. [사진=김현아 기자]

현장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에게 담배 규제에 대해 묻자 그는 "우리는 합성니코틴 제품이 많아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요즘 소비자들은 비주얼·이미지 기반으로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강해 광고가 화려할수록 판매도 잘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허점을 업주들도 잘 알고 있었다. 마포구에서 전자담배 매장을 운영하는 B씨는 "무인 운영을 하면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는 데다 앱 결제나 간편 인증만 넣으면 청소년 차단이 된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얼굴 인식 기능을 갖춘 매장은 거의 없고, 일부 제휴 앱은 인증 정보가 중복돼도 걸러지지 않는다"며 "청소년 구매 시도도 최근 부쩍 늘었다"고 털어놓았다.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논의에 올라가면서 관련 업자들은 불안해하는 분위기다. 합성니코틴 제품에도 담배세·건강증진부담금 등이 적용되면 액상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어서다.

서울 관악구 전자담배 매장 점주 C씨는 "현재 30㎖ 액상 제품이 2만5000~3만원 수준인데 세금이 붙으면 6만원 안팎까지 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며 "그렇게 되면 동네 무인 매장은 절반 가까이는 문을 닫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또 다른 점주는 "일반 담배 사례가 보여주듯 가격이 오른다고 수요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어떻게든 규제를 피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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