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부활] 반도체 슈퍼사이클 초입인데… 성과급 얼마나

  •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논의 본격화

  • OPI 상한 폐지, TAI 상향 요구 가능성

  • 지속성장 위한 사업지원실 고민 커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따른 성과급을 놓고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 보이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있다. 노조 측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처우 격차를 부각하며 대외 공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지난달 초 개편된 사업지원실에서 노사 간 핵심 현안인 성과급을 놓고 어떻게 대응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재계에선 새로 사업지원실장 자리에 오른 박학규 사장의 역량을 평가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이달 초부터 사측과 올해 성과급 지급을 포함한 임금단체협상 논의에 착수했다. 이달 말께는 협의 내용을 구체화해 내년 1월 초에 결과를 도출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조가 사측에 어느 정도 성과급을 요구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연간 영업이익 10%를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을 앞세워 OPI(Overall Performance Incentive·초과이익성과급)의 한도인 50% 폐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OPI는 매년 1월 삼성 주요 계열사별로 전년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에 해당하는 재원을 기반으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내에선 적어도 40%의 OPI를 지급해야 주니어와 중견 엔지니어들의 경쟁사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와 함께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사업부별 실적을 고려해 기본급을 바탕으로 지급하는 TAI(Target Achievement Incentive·목표달성장려금)를 100%에서 150%로 상향할 것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크다.

삼성 내부에선 호황기에 접어든 메모리 사업부 외에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성과급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책정될지도 최대 관심사로 꼽힌다.  

다만 사측은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회사 성장을 위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OPI를 늘리려면 TAI를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견지할 전망이다. 이러한 이유로 노사 양측 간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 직속 조직인 사업지원TF가 사업지원실로 격상하면서 향후 노사 관계 또한 새로운 기조를 맞았다"며 "현재로서는 반도체가 슈퍼 사이클에 접어든 만큼,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최대한 요구를 맞춰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봤다.

다만 일각에선 "박학규 사장은 투자에 과감한 '전략통'"이라며 "오히려 비용 절감 움직임이 강해져 노사 관계 정립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는 대학가에서 '삼성 vs 하이닉스'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양사 간 처우 격차를 부각하면서 사측을 압박해 왔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노사 합의로 1인당 평균 1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이후 내부 비교 여론이 확산되면서 직원들 사이 사기 저하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장기 성과 중심의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 도입을 공식화하며 대응에 나섰으나 노조의 반응은 냉담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실질적인 보상 효과를 직원이 체감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성과급 제도 개편과 성과급 상한 폐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호황으로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삼성의 체력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며 "조직 신뢰와 인재 보상 개편에 따라 향후 기업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만큼 이는 신임 박학규 사업지원실장의 역량을 검증하는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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