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효진 "아직 신혼이지만…'윗집 사람들' 촬영하며 울컥"

  • 하정우 연출 영화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 역을 맡은 배우 공효진

  • '러브 픽션' '577 프로젝트' 인연으로 작품 합류…프로듀서 역할 자처

  • 가수 케빈 오와 결혼…권태기 찾아온 아랫집 부부 모습 보고 울컥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 역을 연기한 배우 공효진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 역을 연기한 배우 공효진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부부관계로 매일 밤 층간 소음을 내는 윗집 부부가 아랫집 부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윗집 사람들'은 과감한 설정으로 현실적 거리감을 전제한 채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을 정면으로 밀어붙인다.

배우 공효진은 특유의 생활감과 섬세함으로 관객들의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낯선 이야기 속으로 스며드는 접점을 만든다. 관객들은 정아의 시선을 통해 불편함과 호기심, 예의와 욕망 사이에서 흔들리고 미묘한 균열을 함께 체감하게 된다. '생활 연기의 대가'다운 연기와 촘촘한 캐릭터 구축 덕분에 영화는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이 영화는 화려한 이야기가 아니라서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제일 관건이라고 생각했어요. 찍은 사람 입장에서 '잘 나왔다, 아니다'를 단정할 수도 없고요. 누군가에겐 재밌고 또 누군가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니까요."

정아라는 캐릭터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공효진은 '배려'라는 감정에 주목했다. 예의와 눈치를 기본값으로 삼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정아에게도 그대로 투영돼 있다고 본 것이다.

"정아는 '배려가 병이 된 사람' 같았어요. 현대인의 병이죠. 아파트에서 싸우고 싶은데도 '남들이 들을까 봐' 미루고, 좋은 부부처럼 보이려고 하고…. 본질적인 감정은 눌러두고 '배려'를 기본값처럼 갖고 사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남편도 남에 대한 배려가 깊은 사람이라 그 안에서 정아가 감정들을 계속 삼키죠."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 역을 연기한 배우 공효진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 역을 연기한 배우 공효진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정아는 이 영화의 '화자'이기도 하다. 관객이 낯선 설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면 정아의 표정과 선택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특히 치밀하게 설계했다.

"이 이야기가 불편하게만 흘러가면 관객이 정아를 따라오기 어려웠을 거예요. 그래서 정아가 먼저 남편을 말리고, '잠깐만 참아보자'고 하고, 상대를 붙잡는 이유를 명확하게 가져가야 했어요. 그래야 이 부부가 자리에 남아서 이야기가 시작되니까요."

윗집 부부를 집에 붙잡아두는 장면 역시 "왜 저럴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저도 처음엔 '이게 자연스러운가?' 싶었어요. 친구들에게도 물어봤고요. 그런데 정아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황을 더 키우지 않으려고 하고 남편이 판을 엎어버리는 걸 막고 그래도 대화를 이어가려 하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남편을 슬쩍 무시하게 되는 지점도 생기죠. 그 감정의 레이어가 쌓여야 관객도 '정아라면 이럴 수 있겠다'고 따라올 수 있을 거예요."

영화 중반부 이후 정아의 감정은 더 복잡해지고, 남편과의 온도차도 커진다. 이 지점에서 공효진은 미세한 표정·리듬을 집중적으로 조절했다.

"이야기가 짧아서 오히려 명료해야 했어요. 감정을 크게 만들면 설득력이 떨어지고, 너무 잔잔해도 관객이 놓칠 수 있으니까요. 참는 표정, 눈치 보는 순간, 대사보다 리액션이 중요한 신들을 많이 고민했어요. 배우의 해석이 너무 앞서도 안 되고 너무 뒤에서도 안 되고 그 중간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어요."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 역을 연기한 배우 공효진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 역을 연기한 배우 공효진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정아는 관객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캐릭터다. 상황을 만든 주체이기도 하고 동시에 어딘가 사랑스럽기도 하다.

"조금 짜증을 유발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일을 만든 사람이고, 그렇게 싫다고 하는데도 '말씀하고 가세요' 하면서 들여보내고 '첫사랑이 생각나요' 하고 긁고…. 알몸으로 있었다는 상황에서 '내가 왜, 내 집에서 왜' 하는 감정도 있고요. 싸우자는 걸로 가는 건데 의외로 사랑스럽게 본 분들이 많더라고요. 다행인가, 묻혔나 싶기도 하고요. 저는 아름답게 끌고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정아의 생활 배경·성향에 대한 공효진의 해석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정아네 집이 부유층이라는 것도 나오고, 미대에서 작가를 하고 싶어 한 사람이잖아요. 겉치레가 중요한 여자예요. 그 부분이 제 공블리 기질로 조금 물타기가 됐을 수도 있죠. 처음엔 정아가 불편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극 흐름상 100% 피해자처럼 보이기보다 둘 다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봤거든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계속 웃고 있으니까 더 그런 것 같고요."

극 후반의 감정신은 현장에서도 예상 밖의 흐름이었다고 회상한다.

"뒷부분에서 눈물 안 날 줄 알았어요. 그렇게 싸우다가 갑자기 '포옹하세요' 하니까…. 그런데 안았는데 현수의 열기가 확 느껴지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하게 울컥해서 많이 울었어요. 하늬도 많이 울었고 현장에서 다 울었어요. 왜 우는지는 모르겠는데… 신기했죠."

오랜 호흡을 맞춰온 하정우 감독과의 작업에서는 자연스럽게 '오지랖'도 발휘됐다.

"오지랖을 좀 부렸어요. 하정우 영화니까요. 제작사 대표님들도 알고, '577 프로젝트'도 같이 했고, '싱글라이더' '퍼펙트스톰'도 호주에서 한두 달 같이 있었고…. 그들에게는 남다르게 솔직하게 '재밌다, 별로다' 할 수 있었어요. 힘을 보태고 싶었고요. 언젠가는 하정우 감독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저를 캐스팅한 적이 없어서 '오빠, 제가 도와드릴게요' 했던 거죠."

캐스팅 과정에서 상대 역이 '이하늬'라는 사실은 공효진에게 결정적 기준이었다.

"윗집은 이하늬라고 하더라고요. 남자 배우 둘 있고… 하늬가 1번이면 저는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처음엔 캐릭터의 매력이 명확하게 안 보였고 네 명 중에 고르라고 해도 '어떻게 끌어낼까?' 싶었거든요. 그건 각색 전이라 더 그랬고요. 그런데 하늬가 윗집을 그린다고 하니까 느낌이 바로 오더라고요."

이하늬와의 연결 과정에서도 공효진 특유의 솔직함이 묻어난다.

"회사를 통해 전달하면 오래 걸리니까 바로 하늬에게 갔죠. 제가 직접 준 건 아니고 회사에서 넘겼는데… 번호를 직접 드렸나? 아무튼 연결을 시켜드렸고, '같이 하자'고 부추기긴 했어요. 하늬가 스케줄이 얼마나 빡빡한지 알고 있어서 프레셔(압박)는 주지 않으려고 했고요. '밤에 피는 꽃' 끝나면 쉴 거라고 했는데도 2~3주마다 연락이 왔어요. 직접 '하고 싶다'고 말하진 않았지만요."

대부분의 배우들과 다른 이하늬의 결정 방식도 흥미로웠다고 말한다.

"보통 배우들은 '생각할 시간 주세요' 하거든요. 스킵하거나 패스하는 경우도 많은데 하늬는 '그래?' 하더라고요. '얘기 더 해볼까요?' 이런 반응. 하늬가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할 줄은 몰랐어요."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 역을 연기한 배우 공효진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윗집 사람들'에서 정아 역을 연기한 배우 공효진 [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홍보 방향에 대한 고민 역시 컸다고 털어놓는다.

"우리끼리도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는 영화거든요. 커플이 보기에 좋다고 하기엔 상황이 다르고, 부모님 세대에게는 또 다른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두 부부가 작정하고 나누는 대화가 공감됐다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남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보면 더 편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기혼자로서 이 영화를 통해 '대비'하게 된 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신혼부부잖아요. 가끔 두 커플 중 한 커플은 무료하게 살기도 하고…. 사는 게 녹록지 않죠. 감정을 숨기지 않고 지내면 덜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친구들에게 '나는 그게 뭔지 모르겠다, 좀 더 지내봐라' 하면 '너무 무섭다'고도 하고요. 부부마다 다르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계속 배워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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