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흔드는 달러 쇼크] 석화·철강 구조조정도 버거운데…환율 리스크 덮친 은행권

  • 연평균 환율 1420원…외환위기 때보다 높아

  • 건전성 악화 불가피...해외법인도 영향권

  • 은행권 '외화유동성 관리' 관리모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1500원 선을 위협하자 환율 변동에 민감한 금융권의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계에 대한 구조조정이 다가오면서 충당금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는 와중에 환율 리스크가 계속되면서 체력이 약화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까지 치솟으면서 서비스업 등 서민 대출 연체율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산업 구조조정 지원에 환율 급등까지 겹쳐 비용 부담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금융권은 석유화학업계 지원을 위해 △대출 상환 유예 △이자 감면 △이자율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이 계속되면 기업들의 잠재 부실 위험을 키우게 돼 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을 피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조62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 늘었다. 충당금이 늘어나면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은 불가피하다. CET1 비율은 은행의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지표로,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핵심 건전성 지표다.

설상가상으로 고환율로 인한 각종 지표까지 악화하고 있어 은행권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달러가 급하게 필요할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외화 현금·현금성 자산’을 빠르게 확보하지 못하면서 은행의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하락하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평균 외화 LCR은 지난해 말 168.8%에서 올 3분기 148.6%로 20.2%포인트(p) 하락했다. 외화 LCR 하락은 단기 외화 유출에 대한 대응 능력이 약화됐다는 신호로, 외화 조달 비용 상승과 외화 금융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화 LCR 규제 비율은 80%로 은행들이 모두 규제 수준을 웃돌고 있지만 낙폭을 볼 때 유동성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화 차입금도 늘고 있다. 은행 해외법인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외화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외화 차입금은 올 3분기 48조886억원으로 지난해(47조9929억원) 수준을 넘어섰다. 불어난 외화 부채는 치솟는 환율과 맞물려 기업의 이자 비용 부담을 늘리고 회계상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을 늘린다. 특히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 은행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법인에서 달러가 아닌 제3국 통화로 대출을 해줘야 할 때 한국에서 달러를 빌려 환전해야 한다”며 “이 조달 과정에서 환율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주 시가총액 증발과 조달 비용 상승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금융권은 건전성 지표를 사수하기 위한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추고 환 노출도를 낮추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내년 4월을 기업 대출 옥석 가리기 시점으로 삼고 만기 연장, 신규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위기관리협의체를 운영하며 외화 유동성과 주식·채권시장 동향을 심층 모니터링하거나 환율 민감 자산도 선별적으로 취급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내년 달러 전망은 상고하저로 상반기까지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국민연금 등이 개입하면 고점 방어선이 만들어지고 수출업체의 매도가 이어지는 등 약달러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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