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엔비디아, 내년 2월 H200 中수출 계획…中당국 승인은 아직"

中빅테크, 美제재 우회해 '블랙웰'도 확보...텐센트는 일본 경유

"직접 구매보다 해외 컴퓨팅활용이 中에 더 유리할 수도"

엔비디아 로고와 중국 국기 이미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엔비디아가 내년 2월 중순 설 연휴 전에 인공지능(AI) 칩 'H200'의 대(對)중국 수출을 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 당국이 아직 H200 구매를 승인하지 않고 있는 데다, 중국 기술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H200보다 사양이 높은 블랙웰 칩을 확보하고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기존 재고로 H200의 초기 주문을 처리할 계획이며, 출하량은 총 5000∼1만개의 칩 모듈(H200칩 약 4만∼8만개)로 예상된다고 이같이 전했다.

엔비디아는 또한 중국 고객사들에 해당 칩의 신규 생산 능력 확충 계획을 알렸으며, 관련 신규 주문을 내년 2분기부터 받기 시작할 예정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아직 H200 구매를 공식적으로 승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소식통은 "이 계획은 (중국) 정부 승인에 달려있다"며 "공식적인 승인을 받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엔비디아에 25%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H200 칩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도 관련해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기술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엔비디아의 최신 칩 블랙웰을 확보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터센터 사업에 뛰어든 일본 기업 데이터섹션이 오사카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블렉웰 기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B200 1만5000장을 설치하고 지난해 한 '대형 고객'과 12억달러(약 1조77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고객이 중국 빅테크 텐센트인 것으로 파악됐다. 텐센트는 제3자를 통해 이 계약을 체결한 뒤 데이터섹션 데이터센터의 GPU 상당 부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딥시크가 동남아시아에 있는 비중국계 데이터센터를 통해 블랙웰 칩을 확보, 차세대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의 린칭위안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들 입장에선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해외 컴퓨팅을 활용하는 방식이 중국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H200 대중국 수출 허가를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과 그레고리 믹스 하원의원(뉴욕)은 이날 미 상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H200 칩의 중국 수출과 관련해 진행 중인 심사 세부 내용과 승인 여부 공개를 요구했다. 특히 이들 연방 의원은 "수출이 승인된 칩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평가와, 이러한 칩 수출 결정에 대해 동맹국과 협력 국가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상무부에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