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투자 영업을 자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증권사들은 미국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서부터 해외주식 관련 유튜브, 텔레그램까지 중단하고 있다. 증권사 현업 일선에서는 반감이 거센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수익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들어 증권사 간 리테일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과도한 이벤트로 수익성까지 저해됐던 '치킨 게임'이 멈추게 됐다는 해석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내년부터 미국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중단한다. 메리츠증권은 내년 말까지 자사 비대면 전용 계좌인 '슈퍼365'(Super365) 고객에게 국내·미국 주식 및 달러 환전을 수수료 없이 무료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었다. 이벤트가 조기 종료되면서 이벤트 종료 이후 신규 고객은 수수료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업권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쳐온 메리츠증권이 당국의 해외주식 영업 중단 조치를 수용하면서 상황은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나 올해 들어서는 리테일 부문을 키우는 데에 심혈을 다하고 있다. 슈퍼365의 수수료 무료 이벤트는 2년이라는 전례 없이 긴 기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고 이를 위해 책정된 예산은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10위권 밖이었던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점유율은 이벤트 이후 헤비 트레이더들이 다수 이동하면서 키움증권·토스 선두그룹을 뒤쫓는 3~4위권까지 수직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0월 기준 슈퍼365 예탁자산은 15조원을 넘어서 이벤트 전인 지난해 11월 15일(9336억원) 대비 16.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슈퍼365 계좌고객 수는 2만5000명에서 25만7000명으로 10배가 늘었다.
투자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이었기에 다른 증권사들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와 환전 수수료 이벤트를 진행하며 마케팅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주식 거래 수수료는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내주식 거래 수수료의 2~5배 수준으로 수익성이 높았는데 이벤트가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국내 46개 증권사의 광고선전비 합계는 3126억5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2686억100만원 대비 16.4% 증가했다.
증권사들이 마케팅 비용 부담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것으로 보이는 반면 해외주식 관련 이벤트 축소가 실제 투자 규모의 축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해외주식 투자가 보편적인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17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680억 달러 대비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해외주식 투자자의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나날이 커지면서 해외주식은 증권사들의 핵심 수익원이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주식 거래 상위 12개사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조9505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고, 이미 지난 한 해 수익 규모인 1조2458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환전 수수료 수익은 4526억원을 기록해 역시 지난 한 해 2946억원을 뛰어넘으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은 만큼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중단된다고 해서 수익성 있는 투자상품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일부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고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마케팅을 확대해야 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다같이 중단하면서 이 같은 부담에서는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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