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삼성전자도 피할 수 없는 '중대재해' 공시…더 세지고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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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미나이]

최근 전자공시시스템(DART) 메인 화면 중 '가장 많이 본 공시' 항목을 보면 삼성전자의 공시 한 건이 1위에 올랐습니다. 공시 제목은 ‘중대재해발생(종속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삼성전자’. 최근 3영업일 간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아본 공시입니다.
 
공시를 들춰보면 이번 사고의 당사자는 삼성전자의 종속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입니다. 충남 아산2캠퍼스 A2 FAB에서 협착사고가 발생했고 이 사고로 사망 1명, 부상 1명이 발생했습니다.
 
사고일은 12월 23일. 같은 날 고용노동부 보고가 이뤄졌고 이튿날인 24일 삼성전자가 ‘종속회사의 주요경영사항’으로 공시했습니다. 조치사항은 경찰, 고용노동부 현장 확인 및 중대재해 재발방지 대책 수립 예정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연결 자산총액의 13.1%를 차지하는 ‘주요 종속회사’입니다. 이번 공시는 단순한 사고 보고가 아니라, 그룹 전체의 경영 리스크와 직결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중대재해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3개월(또는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를 가리킵니다. 이번 사고도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로 분류됐죠.
 
비교적 생소한 ‘중대재해발생’ 공시는 올해 10월 20일부터 상장사에 의무화됐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월 1일 한국거래소 공시규정 개정안을 승인하면서 유가증권시장·코스닥·코넥스 상장사가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고용노동부에 보고한 ‘당일’에 그 내용을 거래소에 공시하도록 한 것이 골자입니다.
 
특히 수시공시가 신설됐고, 공시 범위가 비상장 자회사까지 포함된 게 특징입니다. 이번에 새로 만든 수시공시는 상장사가 중대재해가 발생해 산업안전보건법상 보고 의무가 생길 경우 발생개요와 피해상황, 조치 내용과 전망, 그 밖의 투자 판단에 중요한 사항을 노동부에 보고하는 동시에 같은 내용을 공시해야 합니다. 상장사가 지주사(지배회사)인 경우 비상장사를 포함한 자회사(국내 소재 종속회사)의 중대재해 관련 사항을 해당 지주사가 공시하도록 규정했죠.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형사 재판이 확정됐을 때도 판결 내용을 즉시 공시하도록 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생겨난 거죠.
 
왜 중대재해발생 공시가 생겨나게 됐을까요. 출발점은 정부가 지난 9월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입니다. 이후 금융위는 ‘중대재해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ESG 평가 및 공시 개선’에 대한 후속 조치에서 공시제도 개편 방향을 구체화했습니다.
 
우선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고쳐 중대재해 등 중대 이슈 발생을 ESG 평가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명문화했습니다. 사실상 큰 사고가 발생하면 ESG 등급에서 감점하겠다는 걸 공식화한 것입니다.
 
범위를 정기공시(사업·반기보고서)까지 확대시켰다는 점도 유의미한 변화입니다. 현재까지 업보고서에 중대재해 관련 행정처분이나 형벌만 쓰면 됐지만, 앞으로는 해당 기간 중 발생한 중대재해 사실, 피해 규모, 회사의 대응 조치까지 적도록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대재해발생 공시는 현재 다소 생소하지만 앞으로 익숙해질지도 모를 항목입니다. 사망사고 등이 발생했을 경우 그만큼 철저히 공시돼야 하고, 투자자에게도 꼭 필요한 정보죠. 역설적으로 절대 보고 싶지 않은 공시이기도 합니다.

부디 내년 전자공시시스템에선 이런 공시가 적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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