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2015년 12월 20일 한·중 FTA가 발효되고 2025년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10년 동안 한·중 FTA는 한·중 경제무역 촉진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산업통상부에 의하면 2015년 한·중 양국 간 교역액이 2274억 달러에서 2022년 3104억 달러로 증가했다가 비록 2024년 2729억 달러로 감소했지만 전체적으로 지난 10년간 교역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한·중 FTA는 초기 개방 수준이 낮은 협정이었지만 매년 관세가 내려가는 구조로 양허 일정에 따라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79.2%, 중국은 71.3% 관세가 철폐되었고, 20년이 지난 2034년에는 한국은 92.2%, 중국은 91.2% 관세가 철폐된다. 따라서 양허 품목이 늘어나면서 한·중 FTA 활용률도 증가하면서 2024년 기준 한·중 FTA 활용률이 83.1%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통상 환경과 양국 간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한·중 FTA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중간재 비중이 확대되면서 양국 간 무역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액을 보면 2015년 1317억 달러에서 2021년 1629억 달러로 정점을 찍고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대중국 흑자 규모도 2018년 556억 달러로 늘어났다가 점차 감소하면서 2023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 품목 수도 2010년 237개에서 2015년 212개, 2020년 172개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 이유는 글로벌 경기 불황과 전기차, 이차전지 등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 제조산업의 고도화로 귀결된다. 특히 대중국 수출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간재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우리 소재∙부품∙장비 중간재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한 반면 중국산 중간재의 한국 시장 침투율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중간재 비중은 2016년 27.3%에서 2023년 31.3% 증가했다. 과거 생산기지였던 중국이 원자재와 중간재 공급자 역할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새로운 지역가치사슬(RVC)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중 간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전략적 접근과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한·중 FTA 의 변화를 통해 향후 2단계 협상과 한·중 경제 발전을 위한 3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대내외 통상 환경과 산업구조 변화에 맞는 새로운 산업 협력의 틀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현상은 단지 한·중 FTA 자체의 문제이기보다 2019년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산업고도화와 기술자립 가속화의 외부환경이 가져온 결과로 봐야 한다. 여기에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지속적인 정부 지원과 기업의 제조혁신 노력이 더해진 결과가 만들어낸 나비효과라고 볼 수 있다. 팬데믹에 따른 중국 접근의 물리적 제약과 탈중국이라는 정치적·사회적 기조 속에 중국 제조혁신의 변화와 산업고도화 속도를 인지하지 못한 우리 산업계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한·중 FTA 10년의 성과를 토대로 그린산업, 디지털 전환, 공급망 안정성, 국제표준화 협력 등 새로운 통상 이슈를 FTA 틀 속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핵심은 한·중 FTA 프레임을 기반으로 좀 더 구체적인 협력의 영역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태양광∙풍력∙수소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공동 구축하고, 에너지 기술 관련 상호 인증을 통해 관련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공급망 협력을 할 수 있는 구조적인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상하이 간 그린 물류협력을 통해 탄소와 물류비를 동시에 줄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중국이 적극적으로 국제규범을 준수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는 영역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의 공간이 매우 넓다. 한편 한국의 정밀 소부장 산업∙콘텐츠 경쟁력과 중국의 풍부하고 다양한 첨단 제조역량 및 부품 생태계를 연계하는 융합형 협력 모델 구축도 의미가 있다.
둘째, 한·중 FTA 이행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예측 가능한 FTA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지난 10년을 회고해보면 한·중 FTA 운영 시스템은 작동하는데 위기관리는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강하다. 2021년과 2023년 요소수 사태와 갈륨, 흑연의 수출통제로 인한 국내 배터리 업계의 비상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중 간 충돌과 대립이 심화될수록 중국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광물 및 전략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상대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 산업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은 중국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정책의 불확실성과 긴급상황 발생 시 양국 간 협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있다. 결국 중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사업방향도 재조정해야 하고, 그로 인해 대중국 투자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양국 주무 부처 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한·중 FTA 협정에는 별도의 공급망 챕터가 부재한 상황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 환경과 미·중 간 무역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향후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한·중 양국 간 사업의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현재 작동 중인 한·중 공급망 핫라인, 한·중 수출통제 대화체, 한·중 고위급 회담의 협력 기제를 한·중 FTA 틀 속에서 한·중 공급망 안정과 협력을 위한 내용으로 구체적으로 문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8년 3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한·중 FTA 2단계 후속협상에서 서비스 시장 개방뿐만 아니라 공급망 안정과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부속서 조항으로 규범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난 10년, 이제 관세 철폐를 넘어 산업 간 연계성과 제도의 규범화를 통해 정책 변동성 및 공급망 교란에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셋째,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한 좀 더 과감하고 개방적인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한·중 FTA 협상 단계 때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바로 무역기술장벽(TBT), 위생검역(SPS), 상호 인정(MRA), 공급자 적합성 확인(SDoC) 등 비관세장벽이었다.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비관세장벽을 해소해야 하는데, 이는 역으로 검증되지 않은 중국 제품의 한국 진출이 확대되면서 우리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컸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025년 1월 중국 수출 중견기업 102곳을 대상으로 '중견기업 중국 진출 애로조사' 설문조사를 한 결과 29.4%에 해당되는 중견기업이 중국 수출 시 비관세 장벽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지금도 기술규제·표준(강제인증∙GB 규격∙화장품 인허가), 위생∙검역 규정, 수입제한 및 규제 강화 등 다양한 비관세장벽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한·중 간 상호 인증은 양국 간 전기전자제품 및 생활용품 등의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여 수출 기업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2017년부터 전기전자제품을 중심으로 본격 시행되기 시작했고 점차 화장품, 의료기기, 탄소인증 등 품목으로 확대하며 중소기업의 비관세장벽도 점차 완화되는 추세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다행히 2025년 APEC 한·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2019년 파프리카 수출 이후 한국산 감의 중국 수출을 위한 검역 협상이 타결되었다. 한·중 FTA 공동위원회 및 TBT 위원회 채널을 통한 이행 및 작동 여부를 더욱 꼼꼼히 살펴야 한다. 과감한 무역기술장벽의 완화는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도와주는 핵심 요인이다. 상호 인정에 따른 우리 시장에 미칠 부정 영향에만 매몰된다면 향후 우리의 수출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가 규제한다고 해서 될 사안이 아니다. 결국 시장 메커니즘과 소비자에 의해 작동되는 구조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중 경제정책이 수반되어야만 한·중 간 수평적 경제협력이 가능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이 가져 올 기회와 변화를 극대화해야 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 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 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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