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미주 한인의 날, 기억은 공동체를 강하게 만든다

미국 연방 하원에서 1월 13일을 ‘미주 한인의 날(Korean American Day)’로 기념하는 결의안이 초당적으로 다시 발의됐다. 민주당의 지미 고메즈 의원과 공화당의 영 김 의원, 그리고 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의장인 그레이스 멍 의원이 공동 발의했고, 총 61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치적 진영 대립이 첨예한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 자체가 이 결의안의 성격을 말해준다. 

1월 13일은 1903년 한인 이민자 102명이 하와이 호놀룰루에 첫발을 디딘 날이다. 올해로 123주년을 맞았다. 이 날짜를 기념하는 것은 특정 집단의 자긍심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 왔는지, 그리고 이민 공동체가 그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되짚는 계기다. 

미주 한인의 날은 이미 2005년 미국 연방의회에서 법률로 공식 제정된 기념일이다. 이번 결의안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그 의미를 다시 환기하고 현재진행형의 가치로 확인하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공동체의 기여와 희생, 성취는 반복적으로 불러내고 공유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역사로 남는다. 

한인 이민의 역사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출발해 인종차별과 전쟁, 이민 제한의 장벽을 거치며 소상공인과 노동자, 전문직과 공직자로 사회의 여러 층위를 채워왔다. 그 과정에서 한인 사회는 미국 경제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기능해 왔고, 동시에 한미 관계의 비공식적 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결의안이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한인 가정과 노동자, 소상공인이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공동체를 강화해 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기여가 특정 시기나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체성 정치’의 언어라기보다 시민의 기여에 대한 상식적인 인정에 가깝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결의안이 초당적으로 발의됐다는 사실이다. 민주·공화 양당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한인 공동체의 기여를 평가하고 존중했다는 것은, 미주 한인의 역사가 특정 정치 노선에 종속되지 않는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민의 역사, 근면과 책임, 지역사회 기여라는 언어는 어느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주 한인의 날은 과거를 기념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약속이기도 하다. 2세, 3세로 이어지는 한인 후손들에게 이 날은 뿌리를 기억하게 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자각하게 한다. 동시에 미국 사회에는 다양성이 어떻게 국가의 역량으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기억을 존중하는 사회는 공동체의 결속력이 강하다. 미주 한인의 날을 둘러싼 이번 초당적 결의는 그 단순한 진리를 다시 확인시켜 준다. 이민의 역사를 존중하는 일은 과거를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민을 존중하고 미래의 사회를 단단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의안은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상식의 복원에 가깝다.
메릴랜드 주지사 주최 미주 한인의 날 행사 주미 한국 대사관 제공
메릴랜드 주지사 주최 미주 한인의 날 행사 (주미 한국 대사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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