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마신즉 그 맛과 향기가 신기롭네.’
투박한 찻주전자와 찻잔이 나란히 담긴 한지 위에 먹글씨가 향긋한 바람에 흘려 쓰여 있다. 물질과 빠름만을 숭배하는 요즘, 은은한 향이 머무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시 '우리 곁에 법정 스님, 붓장난'이 서울 성북구 길상사 건너편에 자리한 스페이스 수퍼노말에서 3월 2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법정 스님 열반(2010. 3. 11.) 16주기를 앞두고,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삶의 자취가 깃든 선묵과 육필 서한 등 1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제자 덕조 스님을 비롯해 여러 신도와 이해인 수녀에게 보낸 90여편의 서한에는 알려지지 않은 법정 스님의 다정하고 섬세한 면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대 중반에 출가해 생의 대부분을 산속에서 수행과 집필로 보낸 법정 스님에게 붓은 세상과 이어지는 하나의 '소통'이자 '고독', 그리고 '질서'였다.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이란 남과 소통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래서 이런 짓(책출간)을 하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편지 쓰는 기분으로 글을 썼다. 사람이란 게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한다고 해서 완벽히 소통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정신 공간을 함께 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다"고 답했다.
그렇기에 산중에서의 삶은 세상을 등진 폐쇄적인 은거가 아니었다. 글 곳곳에 은은한 고독의 향이 배어있는 배경이다.
법정 스님은 '눈감고 숨 죽이고 귀만 남아 있고 싶네/우물가에 벚꽃도 문을 열었네/이 은은한 기쁨 뉘 알 것인가'라며, 자연 속에서 마주한 고요한 순간의 충만함을 썼다. 또 "단절된 상태에서 오는 고독쯤은 세속에서도 다 누릴 수 있습니다. 수도자의 고독은 단절에서가 아니라 우주의 바닥같은 것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지요"라며 진정한 고독을 권했다.
고독을 위해서는 질서가 있어야 했다. 맏상좌(첫 제자)인 덕조 스님에게는 "혼자 지내려면 투철한 질서가 있었야 한다"고 적었고, 1996년의 한 편지에서는 "보배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바로 내가 서있는 이 자리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기를"이라고 당부했다.
덕조 스님은 19일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길상사를 찾는 이들이 법정 스님의 사상을 가슴에 담길 바라는 마음에서 스님의 글과 사진을 세상에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법정스님의 향기를 담은 기록을 모아 '무소유 문학관'도 건립할 계획이다. "법정 스님은 길상사 주차장 빈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면 좋은 문학관이 되지 않겠냐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스님이 안 계시는 지금, 저는 스님의 문학관을 생각했어요. 이번 전시가 그 시발점이 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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