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미로운 치아백서] 첫 충치는 언제 가장 많이 생길까

유슬미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치과에서 가장 자주 보는 첫 충치는 유치 어금니가 다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 즉 두 돌 전후(18~30개월)에 발견됩니다. 이때의 충치는 검게 보이지도 않고 아이가 아파하지도 않으며 겉으로 보면 ‘깨끗해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충치는 통증이 생기는 병이 아니라, 진행되면 통증이 생기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아기의 입에서 충치가 생기고 있다는 것을 잘 모릅니다. “네? 충치라니요? 아직 단 것도 많이 안 먹고, 양치도 나름 잘하고 있는데요.” 라고 깜짝 놀라곤 하지요. 실제로 부모 상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입니다. “양치는 정말 열심히 시켰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했느냐’입니다. 어금니의 씹는 면, 잇몸과 치아 경계를 닦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이 부분은 아이 혼자서는 관리할 수 없습니다. 

이 시기에 아이의 치아 관리가 어려워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간식이 늘어나고 단 것이나 어른 음식에 대한 노출이 증가합니다. 그동안은 유기농만 고집하고 몸에 좋은 것만 먹였다 하더라도 ‘이제는 좀 컸으니 괜찮겠지, 다른 친구들도 다 먹이는데?’ 싶은 시기가 바로 이 시기입니다. 둘째, 여전히 자기 전에 모유나 우유 등의 수유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녁 식사 후 양치질을 했다고 해도 자기 전에 우유를 먹고 나서 다시 양치를 시킬 수는 없는 현실이지요. 셋째, 아이가 ‘싫음’과 ‘내가 할래’를 말하고 표현하는 시기입니다. 즉, 치아 관리는 이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협조의 문제가 시작됩니다. 부모로서는 “오늘은 나도 너무 피곤한데, 하기 싫어하는 애를 울려서까지 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생기고, 그 고민이 반복되면서 양치의 완성도가 조금씩 낮아집니다. 이렇게 이 시기는 충치가 생기기 가장 좋은 조건이 동시에 갖춰지는 시기입니다.

단, 충치는 충치세균이 만들어내는 병입니다. 아기들은 태어날 때는 입속에 충치균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론상으로 두 돌이 지난 아이의 입에 여전히 충치세균이 없다면 양치질을 소홀히 한다고 해도 충치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충치세균은 주로 어른의 입에서부터 아이의 입으로 옮아갑니다. 그래서 절대로 아기의 입에 뽀뽀하거나, 어른이 먹던 음식을 아이에게 주거나, 아이의 음식을 입으로 호호 불어서 식히거나, 어른이 사용하던 숟가락, 젓가락, 빨대 등으로 아이에게 음식을 주지 말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의 입에 충치가 생겼다고 해도 그것은 부모의 실패가 아닙니다. 두 돌 이후 치아 관리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부모로서는 충치가 생기는 그 시기를 알고 대비하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첫 충치를 충분히 늦출 수 있습니다. 아이 치아 문제는, 아이가 많이 아파서 힘들어지기 전에는 늘 부모의 판단 문제로만 남습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생후 18개월부터 시작되는 영유아 구강검진을 빼먹지 말고, 꼭 받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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