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안보, 기술 전반에서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 등 중견국들이 다자 연대 대신 특정 산업 분야에서의 우위를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4일(현지시간) 게시된 기고문에서 중견국들이 집단적 대응이나 다자 협력에만 의존하기보다 특정 산업·자원·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개별 협상에 나서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FP는 이러한 국가들을 '틈새 초강대국'으로 규정하며 이들이 특정 산업 수직계열에서의 지배력을 통해 국제적 중요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세계무역기구(WTO)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다자 제도를 통해 무역·안보 보장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국가별 양자 협상을 통해 이를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FP는 한국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언급했다. FP는 "한국은 첨단 조선업을 지배하고 있으며, 울산의 단일 조선소 한 곳에서 연간 생산되는 선박 수는 미국 전체 상선·군함 건조 산업을 합친 규모를 웃돈다"고 평가했다. FP는 또 한국 조선업체들이 중국과 미국을 모두 핵심 시장으로 두고 있으며, 2025년에는 중국에 고부가가치 선박 엔진을 사상 최대 규모로 판매했다고 전했다.
FP는 한국의 사례를 대만 및 핀란드와 함께 제시했다. 대만은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약 90%를 생산하고 있으며, 핀란드는 전 세계 쇄빙선의 80% 이상을 설계하고 60% 이상을 건조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다자 틀보다는 양자 방식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FP는 설명했다. 핀란드는 유럽연합(EU)과는 별도로 미국과 쇄빙선 11척을 건조하는 61억 달러(약 8조85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으며, 한국은 미국의 관세 인하와 연계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기금 출범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대만 역시 자체 무역 합의의 일환으로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최대 25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와 신용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FP는 소개했다.
이러한 전략은 선진 중견국에 그치지 않고 신흥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FP는 전했다. 브라질과 베트남은 모두 미국과 중국이 필요로 하는 핵심 광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은 최근 광물 채굴·수출을 놓고 미국과 협상에 나서며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대안으로서의 역할을 부각하고 있고, 베트남은 정제·분리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희토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한편 FP는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중견국 연대를 강조했다며, 이러한 접근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전처럼 국제 연대의 실효성이 높고 국가들이 강대국 경쟁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낮았던 시기에나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영유권 주장에 공동 대응했지만, 그 결과 여러 유럽 국가들에 대한 10% 관세 부과 위협이 뒤따랐다고 FP는 전했다.
끝으로 FP는 당분간은 미국이나 중국, 혹은 양쪽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는 것이 오늘날의 국제 질서 속에서 중견국들이 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지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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