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소기업 수출은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5년 수출액은 전년보다 6.9% 증가한 1186억 달러(약 173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분기별로도 2~4분기 모두 사상 최고 실적을 냈고, 상반기 주춤했던 주력 품목들은 하반기 들어 일제히 반등했다. 수출 중소기업 수도 9만8000개를 넘어섰다. 자동차 수출은 76% 급증했고, 화장품은 연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품목과 시장 다변화도 뚜렷해졌다.
K-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성과의 이면에는 불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수출은 늘었지만 수익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리스크 때문이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상황은 정리되는 듯했다. 양국 정상이 작년 10월 경주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하면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들에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었다. 업계에선 "대미 수출 중소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대미 투자와 수출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됐다"는 환영 성명도 내놨다.
새해 들어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한국 국회는 미국과 체결한 무역 협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동차와 목재, 의약품,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사흘 뒤인 29일 백악관에서 주재한 내각회의에선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하고 있는 관세가 현재보다 "훨씬 더 가파를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에 기업들은 당혹했다. 정부도 급히 대응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달 말 잠수함 사업 수주를 지원하고자 캐나다를 방문 중이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으로 급파돼 미 상무부 장관을 두 차례 만났지만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이어 통상·외교 최고위 인사들이 워싱턴DC로 날아갔지만 역시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미국 정부는 관세 재인상을 공식화하기 위한 관보 게재 절차에 돌입했다.
문제는 충격의 무게가 지난해와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나 관세를 비롯한 대외 악재에 취약한 중소기업이 느끼는 부담은 더 상당하다. 대기업은 가격 전가나 생산기지 조정, 환리스크 관리로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납품단가가 묶여 있고 생산 이전도 어렵다. 환헤지 체계도 취약하다. 관세가 오르면 이익이 바로 깎인다. 수출이 늘어도 남는 돈은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 대미 수출 중소기업 다수는 관세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소기업중앙회가 대미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관세가 대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 수출 1위 기록은 분명 값진 성과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축하 박수가 아니라 또다시 경영 변수로 부상한 관세 리스크를 낮출 발 빠른 대응과 대책이다. 관세는 뉴스로 시작하지만 기업에선 손익계산서로 끝난다. 중소기업은 정부 정책이 전략이다. 중소기업 생존율을 높이려면 정부가 더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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