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 4년] ② 끝날듯 끝나지 않는 전쟁

  • 트럼프 "대통령 되면 24시간 내 끝낼 것" 호언장담에도 휴전 난망

  • 러시아·우크라이나 영토 할양 등 핵심 쟁점 놓고 대립

  • 경제·민생난 가중되며 휴전 압력 높아져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모처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동부 도네츠크 지역의 모처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편집자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쟁은 장기화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단순한 선악 구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주경제는 이 전쟁을 이념이나 진영이 아닌 국제정치의 현실과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전쟁의 전개 과정과 외교적 선택의 맥락을 짚으며, 한국에 던지는 함의를 살펴봅니다. 이번 연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시각을 제시할 것입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그 전쟁을 24시간 내에 끝낼 것이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세 기간 내내 자신을 '피스메이커'로 부각시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호언장담했다. 그는 전쟁 당사국 정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모두와의 친분을 내세워 자신이 러·우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24시간'이라는 시간표 자체에는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면서도, '스트롱맨'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러·우 전쟁을 곧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쟁 종식을 위한 특사를 지명하고 본격 휴전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넘은 지금 러·우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 양국, 특히 휴전에 미온적인 러시아를 상대로 각종 제재와 협박 및 회유를 총동원하며 휴전을 촉구했지만 그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지연전과 '희망 고문'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가 "1주일이면 끝난다"며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전쟁은 어느새 발발 4주기를 앞두고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941년 6월부터 1945년 5월까지 나치 독일의 침공에 맞서 싸운 독소전쟁(러시아 명칭 '대조국전쟁') 기간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중재 노력 하에 러·우 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국지적·일시적 휴전과 제한적인 포로 교환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 조건으로 고수해오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시사하면서 협상 국면이 진전되기도 했다.

그러나 러·우 양국이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속한 휴전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시기상조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차지한 지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즉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영구적 할양을 요구하는 동시에 서방 국가 군대의 우크라이나 주둔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주권 문제만큼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방의 명확한 안보 보장 없이 전쟁을 멈출 경우, 러시아가 재정비 이후 다시 침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 역시 우크라이나가 협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점령 지역을 점차 확대해 나가면서 무력으로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가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 역시 지난 4년간의 전쟁으로 인해 많은 물적·인적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힘에 의한 종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루스 데이어몬드 전쟁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전쟁을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건이 그 어느 것도 갖춰지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어느 쪽도 전장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고, 양측 모두 상당한 압박을 받고는 있지만 붕괴할 가능성도 커 보이지 않는다"고 미국 자유유럽방송(RFE/RL)에 말했다. 따라서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단시일 내에 러·우 전쟁의 종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러·우 양국 모두 지난 4년간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상황에서 경제 및 여론 상황에 따라 빠르게 휴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원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판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는 각종 수출 제재와 함께 유가 약세로 인해 된서리를 맞은 가운데, 러시아 관리들은 올여름 전에 러시아가 경제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푸틴 대통령에게 올렸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한 소식통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의 세계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러시아 전문가 올레그 이그나토프는 러·우 양국 모두 내외부로부터의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앞으로 수년 동안 더 끌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최선의 조건에서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