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휴민트' 스틸컷 [사진=NEW]
류승완의 영화엔 이름보다 앞서 도착하는 특유의 '리듬'이 있다. 그의 전작들이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경쾌한 디스코나 비트감 넘치는 펑크의 세계였다면 신작 '휴민트'는 그 선율의 높낮이를 완전히 달리하며 거대한 교향곡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가볍고 유쾌한 스텝 대신 웅장하고 묵직한 오케스트라 선율로 서늘한 공기, 인물의 고뇌, 액션의 타격감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베를린'보다도 기품 있게 다듬어진 우아한 류승완식 액션의 새로운 정점을 선포하는 작품이다.
국정원 블랙 요원 조 과장(조인성 분)은 동남아에서 벌어진 국제 범죄를 추적하던 중 자신의 휴민트 작전에서 희생된 정보원이 남긴 단서를 쫓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그곳에서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 분)와 접촉한 조 과장은 새로운 휴민트 작전의 정보원으로 그녀를 선택한다. 한편 국경 지역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려 파견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분)은 사건의 배후에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 분)이 연루되었음을 직감한다. 황치성은 채선화와 박건의 과거를 빌미로 이들을 압박하고 서로 다른 패를 쥔 인물들은 위태로운 줄타기를 시작한다.
영화 '휴민트' 스틸컷 [사진=NEW]
류승완 감독은 권력 암투의 전면을 반복하기보다 기록의 여백에 주목했다. 고전적 첩보 영화의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기교를 덜어낸 절제미는 '휴민트'를 류승완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단단한 인장을 남기는 첩보물로 완성한다.
이러한 미학적 완성도는 로케이션과 공간 연출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라트비아 로케이션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서늘한 질감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 과거 러시아의 흔적이 밴 도시의 건축물들로 이국적 정취를 완성하고 무거운 콘크리트의 질감을 활용해 인물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시각화한 지점이 인상적이다.
카메라는 광활한 풍광을 압도적인 미장센으로 담아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 인물의 얼굴을 타이트하게 클로즈업하며 감정의 파동을 놓치지 않는다. 공간이 주는 압도적인 무게감과 그 안에서 흔들리는 인물의 얼굴을 대비시킨 연출은 영화적 긴장을 유려하게 조율한다.
영화 '휴민트' 스틸컷 [사진=NEW]
액션 역시 장르적 쾌감을 넘어 인물의 상황과 리듬에 긴밀하게 조응한다. 실제 국정원 교육을 통해 체득한 정교한 동작들은 액션에 전문적인 깊이를 더하고 여기에 총격신의 총알 개수까지 일일이 계산한 연출은 극에 사실적인 무게감을 부여한다. 단순한 타격감을 넘어 인물이 처한 상황과 성향이 액션의 결을 결정하며 서사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조인성은 요원다운 기품 있는 태도로 총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특유의 피지컬을 활용한 액션으로 격조를 보여주고, 박정민은 다트를 던지는 첫 등장부터 카 체이싱까지 절제된 움직임 속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아낸다. 박해준은 일상적 도구를 무기로 바꾸는 냉혹함으로 긴장을 조이고 신세경은 생존을 위한 과감한 결단력을 힘 있는 연기로 뒷받침하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액션 역시 장르적 쾌감을 넘어 인물의 상황과 리듬에 긴밀하게 조응한다. 실제 국정원 교육을 통해 체득한 정교한 동작들은 액션에 전문적인 깊이를 더하고, 총격신의 총알 개수까지 일일이 계산한 연출은 극에 사실적인 무게감을 부여한다. 단순한 타격감을 넘어 인물이 처한 상황과 성향이 액션의 결을 결정하며 서사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영화 '휴민트' 스틸컷 [사진=NEW]
조인성은 요원다운 기품 있는 태도로 총기를 능숙하게 다루며 특유의 피지컬을 활용한 액션으로 격조를 보여주고, 박정민은 다트를 던지는 첫 등장부터 카 체이싱까지 절제된 움직임 속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아낸다. 박해준은 일상적 도구를 무기로 바꾸는 냉혹함으로 긴장을 조이고, 신세경은 생존을 위한 과감한 결단력을 힘 있는 연기로 뒷받침하며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몸으로 빚어낸 액션의 합은 배우들의 치밀한 호흡을 타고 비로소 하나의 앙상블로 완성된다.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은 같은 공간 속에서 각자의 서사를 치밀하게 쌓아 올리며 냉혹한 현실과 인간적 갈등 사이의 접점을 선명하게 새긴다. 류승완 감독이 벼려낸 차가운 클래식의 세계 속에서 배우들은 각자의 온도로 숨결을 불어넣으며 장르적 카타르시스와 드라마틱한 여운을 동시에 선사한다. 세련된 작법과 인물에 대한 깊은 사유가 맞물린 '휴민트'는 류승완이라는 장르가 도달한 가장 완숙한 정점이다. 11일 극장 개봉하며 러닝타임은 119분, 관람 등급은 15세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