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BTS아리랑에서 K-헤리티지 글로벌로]⑲ K-헤리티지는 국가 브랜드가 아니라 국가 자산이다 

K-헤리티지를 ‘국가 브랜드’라고 부르는 순간, 방향은 이미 어긋난다. 브랜드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고, 이미지는 관리의 대상이다. 그러나 자산은 축적과 운용의 대상이다. 쓰일수록 가치가 커지고, 반복될수록 신뢰가 쌓인다. BTS의 ‘아리랑’이 보여준 것은 브랜드 캠페인이 아니라 자산의 작동 방식이었다.
 

브랜드는 외부의 시선을 전제로 한다. 어떻게 보일 것인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인식될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래서 전략은 설명과 홍보에 집중한다. 반면 자산은 내부의 축적을 전제로 한다. 무엇이 쌓여 있는가, 얼마나 반복 가능한가, 다음 세대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인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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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빅히트뮤직]


그동안 우리는 K-헤리티지를 브랜드처럼 다뤄왔다. 한복 패션쇼, 전통 공연 해외 순회, 국가 이미지 광고. 성과는 있었지만 구조는 남지 않았다. 이벤트는 끝났고 관심은 이동했다. 브랜드는 노출이 줄어들면 힘을 잃는다.


자산은 다르다. 기록되고 구조화되며 반복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산이 된다.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단순한 고문헌이 아니라 국가적 자산인 이유는 그것이 연구되고 재해석되며 끊임없이 호출되기 때문이다. 아리랑 역시 마찬가지다. 민요로 ‘보존’됐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축적됐다.


BTS는 이 자산에 접속했다. 그들은 아리랑을 한국을 알리기 위한 소재로 소비하지 않았다. 이미 축적돼 있던 감정의 구조를 현재의 언어로 다시 사용했다. 이 차이가 본질이다. 브랜드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지만, 자산은 작동을 통해 설득한다.


국가 브랜드는 경쟁의 언어다. 누가 더 세련됐는지, 누가 더 앞섰는지를 따진다. 그러나 국가 자산은 지속의 언어다. 단기 성과보다 축적을 중시한다. BTS 이후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더 많은 홍보가 아니라 더 깊은 구조다.


AI와 디지털 환경에서 자산의 개념은 더욱 중요해진다. 집단 기억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으면 미래 기술 환경에서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구조화된 문화 자산은 새로운 창작과 산업의 원천이 된다. 이는 관광 수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화적 운영체제를 설계하는 문제다.


K-헤리티지를 브랜드로 소비할 것인가, 자산으로 축적할 것인가. 이는 전략의 차이가 아니라 철학의 차이다. 브랜드는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지만, 자산은 남기기 위해 존재한다.


BTS의 ‘아리랑’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홍보 자료인가, 반복 가능한 구조인가. 국가 자산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록과 개방, 반복과 참여가 축적될 때 비로소 형성된
다.


K-헤리티지는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쌓아온 감정과 태도의 총합이다. 자산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운용의 대상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이 자산을 어떻게 열어두고,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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