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전면적인 중동 전쟁으로 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실물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5일 "전날과 달리 이날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된 흐름을 보인 것은 이란과 미국의 협상 가능성보다 미국의 반응을 시장이 다소 완화된 신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며 "평화 협상이 아직까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종가는 전날보다 8.1원 내린 1468.1원으로 마감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란 측이 협상설을 완강하게 부인하는 등 전쟁이 장기화될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로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유가와 환율을 향후 경제 상황의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유가와 환율 동시 급등은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용 등 생산원가를 자극하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경제 구조는 수출 등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원화는 위험 통화로 여겨진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거나 중동 지역 문제로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 우리나라가 가장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환율의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재반등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사태가 조기에 해소되지 않으면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대한 부담 전망이 원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지난 4일 장중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대형 금융위기 당시 나왔던 숫자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국제 유가가 90∼1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근거로 들며, 이달 환율 상단을 1550원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금처럼 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며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고, 결국 금리 인상 압력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이 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이미 유가가 20% 가까이 오른 상황인데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유가가 오르면 생활 전반의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며 "현 상황이 지속되면 물가 상승 압박, 성장률 저하, 금융 불안 등이 동시에 나타나며 전반적인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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