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구에 각국 대응 고심…미국과 정상회담 앞둔 中·日 발등에 불

  • 日, 헌법 제약 속 신중론…中은 군함 파견 요구에 거리두기

  • 佛, 호르무즈 안정 위한 연합 구성 추진…英 "동맹국과 대응 협의"

  • 韓, 국제사회 대응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중국·프랑스·영국 등 5개국을 거명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파견을 요구하면서 각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곧 미국과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과 중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우선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신중론이 지배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함선 파견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 미 해군 작전 시 기뢰 제거를 위한 소해 부대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군사 작전을 지원한 바 있지만 일본의 전쟁 행위를 금지하는 현행 평화 헌법 상 진행 중인 전쟁에 파병을 하게 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 

실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뢰가 '공격용 기뢰'에서 '버려진 기뢰'로 전환되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자위대의 소해 부대를 중동에 전개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집권 자민당의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도 15일 NHK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관련 질문에 "법리상의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지만,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는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중국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우방이 아닌 중국까지 거론한 것은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협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원유 수급 등을 위해 이란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촉구에 동조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미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중국은 즉각적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며 "모든 당사국은 안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에너지 공급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우회적 답변을 내놓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분석 책임자였던 데니스 와일더는 "중국이 미국과 협력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중국은 이미 이란과 중국 선박의 안전 통행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고 FT에 전했다.

유럽에서도 해상 호위 임무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상황과 관련해 "방어적인 호위 임무를 수립하는 과정이며, 이는 유럽과 비(非)유럽 국가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이미 중동으로 항공모함을 포함해 약 10척의 함대를 파견한 상태이다.

반면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 지역의 선박 운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들을 우리의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다소 유보적 자세를 나타냈다. 앞서 영국은 이란 공습 초기 미군에게 기지 사용을 불허했지만 이후 항공모함 전단 파견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미 우리가 이긴 전쟁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은 필요치 않다"며 도움을 거절한 바 있다.

한편 우리 정부의 대응에도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군함 파견을 공식 요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조만간 우리 정부에 군함 파견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파견이 이뤄진다면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가 투입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회 비준 동의 등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해부대는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작전임무 구역을 확장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다국적군으로 작전에 임할 경우 청해부대 임무가 달라지는 것이어서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청와대는 15일 이와 관련해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으로, 이에 기반해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중동 정세와 관련국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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