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신간] 시장은 원래 차갑지 않았다

  • 인생을 묻는 청년에게

 
시장은 원래 차갑지 않았다
 
시장은 원래 차갑지 않았다= 루이지노 브루지 지음, 이가람 외 옮김, 복돋움. 

저자는 역사, 철학, 성서학, 인류학을 넘나들며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냉혹한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짚는다. 시장의 효율만을 앞세운 근대 경제학의 논리에 균열을 내고 시장경제가 원래 갖고 있던 '인간적 얼굴'을 되찾아준다. 

이탈리아 로마 룸사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시민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중세부터 현대까지 약 1000년에 걸친 역사를 추적하며, 프란치스코회 운동이 보여준 형제애의 가치 등을 재조명한다. 오늘날 주류 경제학이 간과해온 신뢰, 유대, 우정, 자비와 같은 유대 관계가 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 

특히 저자는 근대 주류 경제학이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떠받들며, 시장에서 관계와 감정을 배제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물질적 풍요는 얻었지만, 관계의 상실로 인한 불행이 사회에 확산했다. 시장경제는 애초 '물물교환'이 아닌 '선물 주고받기'와 같은 관계 중심의 교환에서 출발해, 계약을 통한 낯선 이들과의 거래로 확장되는 등 오랜 시간에 걸친 진화를 겪었다. 경제 활동의 토대에 애초 형제애, 신뢰, 나눔의 정신이 자리한 만큼, 신뢰와 우정, 협력이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근거로 동료 사이의 우정인 '필리아(Philia)’와 대가 없이 주는 사랑인 ‘아가페(Agape)’를 통해 경제의 중심에 다시 인간성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어떻게 함께 잘 살 것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답할 수 있다고는 것.   
 
"당사자들의 수입이나 협상력 등이 객관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의 상황에 놓여 있을 때 형제애가 있는 시장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답을 찾기 위해 스미스가 말한 고객과 제빵사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예를 들어 제빵사는 교외 어느 작은 빵집에서 일하고 있고 고객은 부유한 도시의 은행가라면, 그들의 관계를 '형제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중략) 시민사회가 우정과 상호 부조의 감정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구성원들이 경제적인 특성을 포함하여 다양한 측면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우호적인 성향을 갖도록 장려해야 한다. 주어진 사회와 경제 체제에 매우 비판적인 판단을 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형제로서 특정한 경제적 만남을 경험하는 일을 누가 해라 마라 할 수는 없다." (334~335쪽)
 
인생을 묻는 청년에게
 
인생을 묻는 청년에게=서재경 지음, 김영사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부터 유성룡의 <징비록>까지, 저자는 삶의 방향을 잃은 순간 길잡이가 되어줄 100권의 책을 제시한다. 책 제목 '인생을 묻는 청년에게'가 말하듯, 인생의 갈림길에서 수많은 질문과 마주하게 될 청년을 위해 선별한 인류의 지혜들이다. 책은 철학, 역사, 문학을 아우른다. 저자는 독서를 통해 그려낸 '정신의 지도'가 삶의 여정에서 세상을 읽는 눈이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일고 말한다. 청년들에게 길을 재촉하기보다,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다독이며 손을 내민다.

책은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마음 △서로를 비추는 빛 △너머를 보는 힘 △바람의 방향을 읽는 사람 △세계의 힘이 움직이는 원리 △작은 날갯짓이 만드는 큰 물결 △삶을 견뎌내는 기술 등 총 '일곱개의 길'로 구성된다. 독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혹은 관심 있는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요약은 독서 전에는 이해를 돕는 길잡이가, 독서 후에는 읽은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카프카의 실존주의 문학은 <변신>에서 극대화됩니다. 인간이 사회에서 한 위치를 잃는 순간, 존재의 의미도 함께 소거될 수 있다는 불안은 현대인의 실존 조건을 반영합니다. 벌레가 된 그레고르는 비단 문학 속 인물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무능력자, 낙오자, 비정규직, 실업자로 쉽게 이름 붙여지는 이들의 또 다른 자화상일 수 있습니다. 현대 한국의 가족 안에서 실직한 가장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작품은 그런 이들에게 연민과 이해의 시선을 보내느 동시에, 독자가 자신의 시선을 반성하게 만듭니다." (5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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