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이재명 포용금융과 진옥동·양종희·함영주·임종룡·이찬우의 과제

  • 연체채권 '회수'에서 '재기'로…금융권 리더십, 건전성과 공공성의 균형 시험대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금융위원회의 포용금융 성과를 “엄청난 실적”이라고 평가한 배경에는 분명한 변화가 있다. 은행권이 오랜 관행이었던 연체채권 외부 매각을 줄이고 자체 채무조정과 채권 정리를 확대하면서 금융의 방향이 ‘회수 중심’에서 ‘재기 지원’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금융의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에 가깝다.


실제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5대 시중은행의 자체 채무조정 건수는 2025년 1분기 989건에서 같은 해 4분기 3456건으로 크게 늘었다. 반면 연체채권 외부 매각은 2025년 약 3만5000건에서 2026년 1분기 11건으로 급감했다. 장기 연체채권의 시효완성·소각 역시 건수와 금액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권이 부실채권을 외부 추심시장에 넘기기보다 내부에서 조정·정리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마지막 1원까지 쥐어짜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발언은 금융을 단순한 채권 회수 시스템이 아니라 경제 재활의 통로로 보겠다는 선언이다. 장기 연체로 금융에서 배제된 계층을 다시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다.


정책 효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292만8000명이 신용사면을 받았고, 이 가운데 15만4000명은 신규 대출이나 카드 발급 등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재개했다. 금융에서 이탈했던 일부 계층이 다시 경제 활동에 복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이 흐름을 단순한 성과로만 평가하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금융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산업이다. 연체채권 관리 방식의 변화는 곧 리스크 관리 구조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금융권 리더십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찬우 NH농협금융 회장에게 이번 변화는 단순한 정책 대응이 아니다. 공공성과 수익성, 포용과 건전성이라는 서로 긴장 관계에 있는 요소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경영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 연체채권 외부 매각은 금융회사 입장에서 가장 빠르고 확실한 리스크 제거 수단이었다. 반면 자체 채무조정과 채권 정리는 회수율 저하 가능성과 비용 부담을 수반한다. 단기 실적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을 내부로 떠안는 구조다.


그럼에도 금융권이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것은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와 함께 구조적 필요성이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장기 연체자를 방치할 경우 금융 취약계층이 확대되고, 이는 결국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포용금융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금융 안정성 유지의 한 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균형이다. 포용금융이 무분별한 채무 경감이나 형식적 실적 경쟁으로 흐를 경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해 온 차주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금융의 신뢰는 공정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금융기관 평가와 인센티브 체계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중요하다. 포용금융 실적을 단순히 양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재기 가능성이 있는 차주를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단기 실적을 위해 무리한 조정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관리 장치도 필요하다.


금융위원회의 제도화 방안도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연체채권 관리 실적 공시와 유인체계는 긍정적 장치가 될 수 있지만, 과도한 개입은 금융회사의 자율적 리스크 판단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정책과 시장의 균형이 중요하다.


결국 이번 변화의 본질은 금융의 역할 재정의에 있다. 금융이 단순한 자금 중개 기능을 넘어 경제 회복과 재기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이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금융의 기본 원칙인 건전성과 책임성이 유지될 수 있는지도 함께 검증받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방향을 제시했다면, 진옥동·양종희·함영주·임종룡·이찬우 등 금융권 리더들은 그 방향을 현실 속에서 구현해야 한다. 포용과 건전성, 지원과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핵심 과제다.

포용금융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속 가능하려면 금융의 기본 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재기를 돕되 책임을 흐리지 않는 구조, 지원하되 신뢰를 지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번 전환의 성패는 결국 그 균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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