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일본 방산 개방의 의미와 한국에 주는 시사점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사진한국국방연구원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사진=한국국방연구원]
 
최근 일본 정부가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을 개정하면서 전후 일본 안보정책을 제약해 온 무기 수출 제한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제한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제도적 제약은 상당 부분 완화되었고 방산 이전의 운용 폭도 넓어졌다. 이는 단순한 수출정책 변화가 아니라 방위비 증액, 반격능력 보유, 장거리 미사일 개발, 미·일 동맹 강화, 인도·태평양 전략 속 일본의 역할 확대와 맞물린 구조적 변화다.
 
한국이 특히 주목해야 할 분야는 잠수함이다. 잠수함은 조선기술, 배터리, 음향탐지, 전투체계, 무장통합, 작전운용 경험이 결합된 전략 플랫폼이다. 일본처럼 조선·전자·소재·배터리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국가가 잠수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경우 그 기술력과 산업 기반은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오야시오급, 소류급, 다이게이급으로 이어지는 재래식 잠수함 전력을 장기간 운용하며 저소음성, 수중 기동성, 장기 작전능력을 축적해 왔다. 소류급 후기 건조함부터 리튬이온 배터리를 도입했고 최신 다이게이급은 이를 본격 적용한 잠수함으로 평가된다.
 
물론 일본의 방산 이전 원칙 개정이 곧바로 잠수함 수출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잠수함은 전략성과 민감성이 큰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실제 수출에는 정치적 판단, 기술 보호, 운용국과 안보관계, 사후 군수지원 능력 등 여러 조건이 따른다. 그럼에도 제도적 제약 완화는 향후 고성능 재래식 잠수함 시장에 일본이 진입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으로서는 이를 중장기적 경쟁 변수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 잠수함 기술 역시 독자적인 발전 경로를 통해 상당한 경쟁력을 축적해 왔다. 장보고-I, 장보고-II를 거쳐 장보고-III급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독자 설계·건조 능력, 전투체계 통합, 무장통합, 국산화 역량을 빠르게 발전시켜 왔다.
 
특히 도산안창호급으로 대표되는 장보고-III Batch-I은 수직발사체계를 탑재했고 후속 Batch-II는 수직발사 능력과 작전 지속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한국 잠수함이 대잠·대함 플랫폼을 넘어 은밀한 전략적 정밀타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국제 방산시장에서 양국 간 경쟁 구도가 보다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은 가격 경쟁력, 빠른 납기, 현지 생산, 산업협력, 운용국 맞춤형 지원을 앞세워 성장해 왔다.
 
반면 일본은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수출 규제와 정치적 제약으로 국제 방산시장에서 존재감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일본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 고급 기술력, 품질 신뢰성, 미·일 간 긴밀한 안보협력, 장기 운용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국가별 상황은 다르지만 캐나다, 인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고성능 재래식 잠수함에 관심을 가진 국가들에서 한·일 경쟁 구도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한·일 간 잠수함 경쟁을 지나치게 제로섬(zero-sum) 구도로만 볼 필요는 없다. 국제 방산시장에서는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이것이 곧 한·일 안보협력 전체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 중국 해군의 활동 확대, 해저 인프라 보호와 같은 문제는 양국이 함께 직면한 공통의 안보 과제다.
 
따라서 한국은 일본의 잠수함 수출 확대 가능성을 경쟁 요인으로 인식하되 방산시장에서는 냉정하게 경쟁하고 안보 차원에서는 필요한 협력의 공간을 분리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단기적 반응이 아니라 전략적 판단이다. 이제 가격과 납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품질, 신뢰성, 장기 군수지원, 기술표준, 동맹 상호운용성이 더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이다.
 
한국 잠수함 수출도 단순한 플랫폼 제공에 그칠 것이 아니라 건조부터 운용·정비·성능개량까지 포괄하는 장기 지원 모델로 발전해야 한다. 또한 수출 대상국의 안보 환경, 예산 제약, 운용 인력 수준, 정비 기반까지 고려한 맞춤형 패키지를 제시해야 한다. 일본의 방산 개방은 한국 방산에 새로운 도전이자 도약의 기회다. 한국은 이 변화를 방산 경쟁력 강화와 수출 모델 고도화로 연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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