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위원장 "재벌 세습 위한 자원낭비 막아야...'중점조사기획단' 신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2·3·4세 경영세습을 위해 대한민국 경제의 인적·물적 자원이 낭비돼선 안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적 경영승계와 계열사 부당지원 등 구조적 문제를 겨냥해 중점조사단을 중심으로 감시·조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 1년간 밀가루·설탕 담합과 사익편취 사건 등에 2조원이 넘는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데 이어 향후 중점조사기획단 신설과 플랫폼 구조조치 도입 등을 통해 공정경제 규율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주 위원장은 이날 "글로벌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본업과 혁신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며 "2·3·4세 세습을 위한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이어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경제 환경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경제력 집중 문제는 혁신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기회를 제한하고 재벌 대기업집단 내 비효율적 자원배분이 국가경제 성장잠재력 제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와 플랫폼·민생 밀접 분야의 불공정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국 단위 '중점조사기획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주 위원장은 "최근 쿠팡 사건을 비롯해 네이버·배달앱 관련 사건 등은 다양한 법 위반 요소가 결합된 복합 사건"이라며 "기존처럼 조직별로 쪼개 조사하면 사건의 중대성을 충분히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과거 중점조사단이 '정권 입맛에 맞는 조사 조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에 대해서는 "공정위는 정치 수단을 가진 조직이 아니며 국민 삶을 개선한다는 기준 아래 구조적 문제 해결에 특화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공정위는 지정자료 허위 제출과 계열사 누락에 대한 제재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최고 1억5000만원의 벌금 등 형사처벌만으로는 억지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기업 동일인(총수) 개인에게 직접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과징금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주 위원장은 "허위자료 제출을 통해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누락되면 출자규제, 사익편취 규제 등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을 모두 피하게 돼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가 가능해진다"며 "위반의 중대성에 상응하는 강력한 경제적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과징금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내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시장에 대한 구조조치 도입 가능성도 언급했다. 주 위원장은 "현재 플랫폼 산업은 과거 전화·ATM·전력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다"며 "모든 선진국이 구조조치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조조치 자체가 기업의 사전 억지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반기 중 관련 제도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은 과감히 덜어내겠다는 '경제형벌 합리화' 기조도 재확인했다. 주 위원장은 "담합·기술탈취·사익편취 등 중대한 불공정행위는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일반적인 경영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반행위까지 전과자를 양산하는 것은 선진국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영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부 법 위반 행위는 경제제재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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