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오프라인의 추락…홈플러스 37개점 폐점이 던진 경고

홈플러스가 전국 37개 점포 폐점을 결정했다. 한때 대한민국 유통산업의 한 축을 담당했던 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3500여 명의 직원이 영향을 받고, 지역 상권과 협력업체까지 고려하면 파장은 훨씬 크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홈플러스라는 기업 하나의 위기로만 봐서는 안 된다. 본질은 훨씬 깊다. 홈플러스의 위기는 곧 오프라인 유통의 위기이고, 더 나아가 디지털 시대 산업구조 변화의 상징이다.
 
 민노총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등 단체 회원들이 5월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노총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등 단체 회원들이 5월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가 무너진 것이 아니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모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고객은 매장을 떠났고 시장은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대형마트는 한국 소비문화의 상징이었다.
 
 
주말이면 가족들이 함께 마트를 찾았다. 식료품을 사고, 가전제품을 둘러보고,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는 공간이었다. 누가 더 넓은 매장을 확보하고 더 좋은 입지에 점포를 내느냐가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소비자는 변했다.
이제 사람들은 장을 보기 위해 차를 몰고 마트에 가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꺼내 몇 번 터치하면 필요한 상품이 집 앞으로 배송된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즉시배송은 더 이상 특별한 서비스가 아니다. 일상이 됐다.
 
 
소비의 중심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쿠팡이 있었고, 네이버쇼핑과 컬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뒤를 이었다. 이들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한 것이 아니다. 물류와 데이터, 플랫폼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바꿔 놓았다.
 
 
반면 전통 유통기업들은 거대한 점포와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과거에는 강점이었던 자산이 이제는 비용 부담으로 돌아왔다.
시장이 바뀌었는데 비즈니스 모델은 그대로였다. 위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홈플러스 위기를 특정 기업의 경영 실패로만 해석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대형마트 업계는 오랫동안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출점 규제 등의 제약을 받아왔다. 전통시장 보호라는 정책적 목적은 의미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온라인 플랫폼과의 경쟁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오프라인은 규제를 받았고 온라인은 성장했다.
여기에 소비자의 생활 방식 변화가 더해졌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매장의 규모보다 배송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결국 홈플러스는 변화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1990년대에는 재래시장이 백화점에 밀렸다. 2000년대에는 백화점이 대형마트에 밀렸다.
그리고 지금은 대형마트가 온라인 플랫폼에 밀리고 있다.
산업의 주도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과거 유통업을 지배했던 기업들은 월마트, 테스코, 카르푸였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는 기업은 아마존이다.
유통의 중심축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변화의 비용이 가장 약한 고리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번 폐점으로 영향을 받는 수천 명의 직원들은 유통 환경 변화를 결정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매장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상품을 진열하며 회사를 지탱해 온 현장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기업 위기의 부담은 가장 먼저 그들에게 돌아간다.
 
 
희망퇴직과 고용안정지원제도가 제시됐지만 실제 지급 여부조차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운영자금 확보와 채권단 지원 여부가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 보호와 지역사회 배려에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호황기에 기부금을 내는 데 있지 않다. 위기 속에서 구성원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에 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의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해야 한다. 유통기업 역시 매장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와 플랫폼을 활용하는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오늘날 경쟁력은 점포 숫자가 아니라 고객 데이터다. 건물의 크기가 아니라 물류망의 효율성이다. 입지가 아니라 기술이다. AI는 이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재고를 예측하고, 물류를 최적화하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제조업, 금융업, 언론, 방송, 교육 등 모든 산업이 읽어야 할 경고장이다. 고객은 끊임없이 변한다. 기술은 더 빠르게 변한다. 문제는 시장 변화가 아니라 기업의 대응 속도다. 기본은 고객이다. 원칙은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상식은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홈플러스 37개 점포 폐점은 한 기업의 구조조정 소식이 아니다. 오프라인 중심 경제에서 플랫폼 중심 경제로 이동하는 시대 전환의 신호탄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를 아쉬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일이다. 그것이 홈플러스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