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유시민 이야기] 증축이 아니라 국가 재건축의 시대다

  • AI 문명 대전환기, 대한민국은 새로운 설계도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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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챗GPT 생성


대한민국은 지금 평범한 시대를 살고 있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진영 간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세계는 그보다 훨씬 큰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가장 거대한 문명 전환이라 불리는 생성형 AI 혁명과 AI 반도체 혁명이 시작되었고,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기준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정치 문법만으로 미래를 논할 수 있는가.

최근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고언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증축과 재건축' 비유는 정치권 안팎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대통령은 비판받을 수 있다. 집권세력일수록 더 엄격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시대적 과제를 함께 놓고 본다면, 이 논쟁은 단순히 당내 노선이나 정치적 수사를 넘어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확장되어야 한다.

오히려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증축'보다 '재건축'에 가까운 국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재건축은 헌법 질서를 뒤엎거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의미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통해 쌓아 온 성과를 토대로, AI 문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다시 설계하자는 뜻이다.

세계는 이미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다.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 되었고, 데이터는 석유보다 중요한 전략 자원이 되었다. 로봇과 자율주행, 바이오와 양자컴퓨터, 우주산업과 에너지 기술은 모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로 떠올랐다. 기업 간 경쟁은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경제와 안보, 외교와 산업이 하나의 전략으로 통합되는 시대가 되었다.

여기에 지정학적 불안까지 겹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 이후 각국은 자국 산업과 안보를 우선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보호무역과 공급망 재편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지역마다 종교와 민족 갈등, 영토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라는 엄중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해야 할 일은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국가 개조다.

첫째, 정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정치는 진영의 승패를 다투는 공간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정당은 국민을 위한 공적 제도이며, 집권당은 특정 지지층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향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반대로 야당도 단순한 반대를 넘어 국가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책임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둘째, 통치와 행정의 혁신이 필요하다. AI 시대의 정부는 과거처럼 허가와 규제만 담당하는 조직이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국민에게 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정부여야 한다. 행정은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공공부문은 AI를 활용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셋째,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정부는 미래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제도 개혁을 이끌고, 기업은 제조 경쟁력을 넘어 AI와 반도체, 바이오, 로봇, 우주산업 등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가계 역시 평생학습과 디지털 역량을 갖추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해야 한다.

넷째, 사회의 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노동계는 생산성과 혁신을 함께 고민해야 하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감시를 넘어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파트너로 성장해야 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국가 미래전략의 두뇌가 되어야 하며, 언론 역시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 시대의 방향을 읽고 국민적 토론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결국 정부·기업·가계와 정치권·노사·시민사회가 함께 변화할 때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다. 이는 어느 한 정권의 과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시대적 과제다.

유시민 작가의 고언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증축이냐 재건축이냐'라는 비유에 머물 때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대한민국이 AI 문명 대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설계도를 준비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기존의 구조가 미래를 담아내기에 부족하다면, 과감한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대한민국은 여러 번 위기를 기회로 바꾸었다. 전쟁의 폐허를 산업국가로 바꾸었고, 산업화를 민주화와 연결했으며, 정보통신 혁명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우리 앞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문명 전환이 놓여 있다.

국가를 다시 세운다는 것은 과거를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과거의 성취를 기반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진영의 승리가 아니라 국가의 승리다. 필요한 것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정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정치다.

증축이냐 재건축이냐의 논쟁을 넘어, 이제는 대한민국이라는 집의 미래 설계도를 함께 그려야 한다. AI 시대는 우리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다. 이 기회를 살릴 수 있다면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세계사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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