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은 세계적인 산업이 됐지만) 정작 산업 생태계의 허리를 떠받치는 중소·중견 기획사들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8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음악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현장간담회'에서는 중소·중견 기획사 대표들이 한목소리로 정부의 제작비 지원과 세제 혜택 확대를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K-팝의 외형은 커졌지만 제작비 급등과 대형 기획사 쏠림 현상으로 산업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영철 미스틱스토리 총괄사장은 "산업 생태계의 허리를 받쳐야 할 중소 기획사들이 매우 어렵다"며 "500개 기획사의 평균 영업이익이 최근 3년 사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몇몇 메이저 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시급한 과제로 음반 제작비 세액공제를 꼽았다. 그는 "영화와 웹툰 등 다른 콘텐츠 산업처럼 음반 제작비의 10~15%를 세액공제하면 그 돈이 다시 제작에 재투자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며 "콘텐츠진흥원 연구에서도 음반 산업은 세수 감소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취업 유발 효과는 큰 것으로 나타난 만큼 세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최휘영 장관 역시 "K-팝 산업 안에서 기획사 간 제작비 사이즈가 3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등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참석자들의 우려에 공감했다. 이어 "대중음악계가 달성한 빛나는 성과가 앞으로 지속되려면 산업의 허리가 더 강해져야 한다"며 음악제작비 세액공제, 융자 지원 신설, 인디음악 지원 확대 등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중견 기획사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유식 FNC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상위 4개사는 조 단위 이익을 내지만 그 밖의 회사들은 매출이 잘해야 1000억원 안팎이다. 영업이익이 적자인 곳들도 많다"며 "현재 음반 제작비 지원은 중소기업만 받을 수 있는데 우리는 매출 규모 때문에 대상에서 빠진다. 하지만 대형 기획사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빌보드 200 톱5에 오른 K팝 그룹이 15개 안팎인데 이 가운데 4대 기획사 소속이 아닌 팀은 2개뿐"이라며 "연습생과 투자금이 모두 대형사로 몰리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나머지 회사들은 악순환에 빠지는 구조"라고 했다.
지원 기준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프로젝트당 3억원을 지원하기보다 한 팀의 여러 앨범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RBW 대표는 K-팝 산업이 사실상 '자본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20억원 정도로 신인을 키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티스트를 발굴해 수익을 내기까지 3년 동안 1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들어간다"며 "예전에는 실패해도 두세 번 더 도전할 여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한 번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기획사는 앨범 한 장에 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한다"며 "대기업에서 나온 아티스트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디 음악계는 창작 다양성을 위한 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다양한 창작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세분화하고, 소규모 레이블들이 유통사의 선급금 외에서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중소 레이블 전용 투자펀드 등 새로운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방 대형 공연장의 경우 대관료가 일괄적으로 10%에 달하는 등 서울에 비해 높은 대관료를 조정하기 위한 지방 조례 변경의 필요성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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