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걱정은 용인·평택·이천·청주 등에 버금가는 대규모 산업 단지를 조성·운영하기 위해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를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결국 에너지 병목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국토균형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인 것이다.
일각에선 신재생 에너지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내내 대규모로 전력을 소모하는 대표적인 '전기 대식가' 설비로 꼽힌다. 또 단 1초의 미세한 전압 강하로도 생산 공정에서 문제가 일어나 수천억 원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극도로 예민한 시설이기도 하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저 전력망 확보가 중요하다.
다행히 정부도 안정적인 전력망 확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3대 메가 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전력 문제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전력 등 인프라가 갖춰지면 (삼성전자, SK그룹 외에) 다른 기업들이 들어올 수도 있다"며 "특히 전력이 문제가 될 텐데 빠른 해결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기업 측에서 (서남권에) 재생에너지는 많지만 기저 전원이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한다"며 "기저 전원에 대한 우려 문제까지 해결을 선제적으로 하면 좋겠다"고 기저 전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원자력과 LNG, 신재생 에너지를 결합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 전력 공급망 병목에 직면한 중국이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중국은 서해안에 인접한 도시에 대규모로 원자력 발전을 운용하면서 산단 근처에 LNG 열병합 발전소를 설치해 대형 산단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모를 감당하고 있다. 네이멍구 지구에 있는 대규모 태양광 단지와 하이난 지역에 구축한 초거대 해상풍력 단지를 활용해 신재생 에너지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특정 시간에는 기업이 더욱 저렴하게 전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저부하의 버팀목으로 원자력 발전보다 우수한 것은 없다. 기후나 가동 시간에 제약도 없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대규모 전력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서남권 해안을 중심으로 소형모듈형원전(SMR) 실증 단지를 조성하면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한 기저 전력망을 구축하면서 SMR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확보할 전망이다.
LNG 열병합 발전소를 반도체 클러스터 바로 옆에 구축하면 송전망 건설에 따른 주민들의 반대를 피하면서 신재생 에너지가 가진 치명적인 약점인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다른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LNG는 기존 석탄발전보다 온실가스 배출도 적은 만큼 탄소중립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서남권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탄소저감 정책과 유럽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해 'RE100'에 대한 관심은 현재 크게 줄었지만 탄소중립을 위해 RE100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대명제는 아직 유효하다. 서남권의 풍부한 신재생 에너지를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함으로써 한국 기업이 반도체 생산단가를 낮추고 미국·대만·일본 등과 경쟁해 비교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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