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서른 살 생일 맞은 코스닥… AI 반도체 쏠림에 개미마저 떠났다

이 이미지는 AI를 사용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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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한국의 나스닥'을 꿈꾸며 출범한 코스닥이 서른 번째 생일을 맞았지만 축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때 벤처기업과 바이오 기업의 성장 무대였던 시장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속에서 반도체 대형주에 자금이 쏠리면서 거래와 유동성이 빠르게 식고 있다. 코스닥을 주 무대로 삼았던 '개미'들마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이동하면서 시장을 떠받치던 개인 자금도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시장 개혁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장기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의 부진은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코스피가 AI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80% 넘게 급등하는 동안 코스닥은 연초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시장 중 하나로 전락했다. 30주년을 맞은 지난 1일에도 코스닥은 929선에 머물렀다. 1996년 7월 1일 출범 당시 지수인 1000포인트에도 미치지 못했고, 9일에는 785선까지 밀려났다. 시장 수익률 격차뿐 아니라 거래대금과 투자자금, 개인 거래까지 동시에 위축되면서 시장 체력 자체가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닥 출범 30주년을 맞아 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코스닥 커넥트(KOSDAQ CONNECT) 2026'에서 참가자들이 콘퍼런스 세션을 듣고 있다. AJP 류윤아
코스닥 출범 30주년을 맞아 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코스닥 커넥트(KOSDAQ CONNECT) 2026'에서 참가자들이 콘퍼런스 세션을 듣고 있다. AJP 류윤아

시장 분위기를 바꾼 계기 가운데 하나는 지난 5월 27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다.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으로, 높은 변동성 탓에 '도박장 ETF'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AI 투자 열풍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은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코스닥 성장주를 떠나 반도체 레버리지 ETF와 AI 반도체 대형주로 빠르게 이동했다. 

실제로 ETF 출시 이후 코스닥은 연저점을 일곱 차례 새로 썼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3% 상승한 반면 코스닥은 8.8% 하락했다.  

ETF 수익률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인다. 코스콤(KOSCOM)이 운영하는 ETF 투자 정보 플랫폼 ‘ETF CHECK’에 따르면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ETF인 'KODEX 코스닥150'은 최근 한 달간 13.9% 하락했다. 반면 코스피 강세·코스닥 약세에 투자하는 롱숏 전략은 높은 수익을 냈다. 'KODEX 200 롱 코스닥150 숏 선물'은 최근 한 달간 9.04%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반대 전략인 'KODEX 코스닥150 롱 코스피200 숏 선물'은 12.63% 손실을 냈다.  

이 같은 변화는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7일 기준 112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 139조7000억원에서 크게 줄며 약 석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1조41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거래도 빠르게 위축됐다. 한국거래소(KRX) 데이터마켓에 따르면 ETF 출시 직전인 5월 13~26일(10거래일) 코스닥 거래대금은 약 306조원이었다. 그러나 출시 직후인 5월 27일부터 6월 11일까지는 209조원으로 감소했고, 최근 10거래일(6월 24일~7월 7일)에는 145조원까지 줄었다.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거래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출처 한국거래소 데이타마켓플레이스 그래픽 송지윤
출처: 한국거래소 데이타마켓플레이스 그래픽: 송지윤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은 더 빠르게 멀어졌다. ETF 출시 직후 10거래일 동안 코스피 개인 거래대금은 이전보다 4.1% 늘어난 반면 코스닥 개인 거래대금은 37.9% 감소했다. 최근 10거래일 기준으로는 코스닥 개인 거래대금이 출시 이전보다 60.6% 줄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감소폭은 28.2%에 그쳤다. 이른바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현재 코스닥 거래의 약 79%를 차지한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0~2021년에는 그 비중이 84~87%에 달했다. 개인 자금이 빠질수록 코스닥의 유동성도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거 개인투자자들은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성장주를 찾아 코스닥으로 몰렸다. 그러나 지금은 AI 투자 붐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고위험·고수익'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출처 한국거래소데이터마켓플레이스 그래픽 송지윤
출처: 한국거래소데이터마켓플레이스 그래픽: 송지윤

코스닥의 구조적 한계도 뚜렷해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셀트리온 등 대표 기업들은 성장 이후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고, 현재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 역시 코스피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을 대표할 우량기업이 계속 빠져나가는 사이 이른바 '좀비기업'은 늘었고, 반복된 유상증자는 투자자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30주년을 맞아 '코스닥 커넥트 2026'을 열고 상장 유지 요건 강화, 기술특례 상장 개선, 프리미엄·스탠더드·관리시장으로 나누는 3단계 시장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를 통해 코스닥을 신뢰받는 시장으로 만들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AI 시대를 이끌 새로운 대표 기업을 키우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코스닥은 '미래 기업이 머무는 시장'이 아니라 '코스피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라는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트러스트 투자 전문가 김정훈은 "상장폐지 요건이 강화되는 만큼 기술 특례 상장을 늘리는 것보다 성장성이 검증된 기업들이 제대로 IPO를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기관 수요예측이 흥행에 실패한 기업들이 상장 직후 공모가를 밑도는 사례도 적지 않아 IPO 시장에 대한 신뢰도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투자자 소통 부족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는 전담 IR(기업설명) 담당자가 없는 곳이 적지 않다"며 "주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투자 열풍 속에서 시장의 관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면서 정책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 자금의 이동이 구조적인 변화인지는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AI 반도체 관련 상품으로 자금 쏠림이 이어지고 신규 투자자금 유입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코스닥의 의미 있는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은 코스닥은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다. AI 반도체로 떠난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출발점이 될 성장 기업과 시장 신뢰를 키우는 일이 남은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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