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국 생산자물가가 4.1% 상승하며 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첨단 제조업 수요를 끌어올리며 생산자물가 상승을 견인한 결과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지난달 3년 10개월만의 최고치를 찍은 3.9% 상승률도 웃돈 것으로,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 예상치에도 부합한다.
중국 PPI 상승률이 넉달째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2022년 10월부터 시작된 41개월간 이어진 생산자물가 하락 압력이 상당 부분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중국의 6월 PPI는 전월 대비로는 0.3%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원유 채굴 가격은 전월 대비 16%, 정제석유제품 가격은 3.1% 하락하며 각각 전달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전력설비와 장비 수요를 끌어올리면서 첨단 제조업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둥리줸 국가통계국 도시사 수석 통계사는 "산업 고도화 흐름 속 AI 응용과 신소재 활용 범위가 확산하고 친환경 전환이 추진되면서 일부 산업의 생산자물가가 올랐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VR 장비(8.4%), 웨어러블 스마트기기(3.4%), 산업용 컴퓨터 및 시스템(3.3%), 산업용 로봇(0.5%) 등 첨단 제조업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쉬텐천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수석 경제학자는 CNBC를 통해 "국제 유가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PPI의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될 것"이라며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상승률은 지난해 낮은 기저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이어 내수 부진이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원가 상승분을 거래처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동기 대비 1.0% 오르며 5월의 1.2% 상승률에서 둔화했다. WSJ는 전월과 동일한 수준인 1.2% 상승을 예측했다. 전월 대비로도 0.3% 하락하며 5월의 0.1% 낙폭보다 확대됐다. 국제 유가와 귀금속 가격 하락, 식품 가격 안정 등의 영향으로 상승폭이 둔화한 것이다.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중국 월별 CPI는 지난해 내내 0%대 또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서비스·비식품 가격 강세 등의 영향으로 1%대 상승률을 이어왔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격차 확대는 중국 경제의 회복이 공급 측에 편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AI와 첨단 제조업 투자가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내수 회복이 더딘 탓에 기업들은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제조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수 회복은 더디지만 수출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떠받치면서 중국 정부가 당분간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중국 지도부는 이달 말 열리는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상반기 경제 성적표를 평가하고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8일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4%에서 4.6%로 상향 조정하며 "첨단 기술 제조업 및 수출 실적, 공공 인프라 투자 등이 경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 목표(4.5~5%) 달성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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