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기원상 칼럼] 메이지유신의 교훈, 집권은 통합으로 완성된다  

大久保利通 西郷隆盛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와 사이고 다카모리(西郷隆盛)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일본을 근대국가로 만든 혁명이었다. 그러나 혁명을 성공시킨 사람들이 모두 새로운 국가를 함께 만든 것은 아니었다. 낡은 권력을 무너뜨리는 데는 힘을 합쳤지만 집권 이후 국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갈라섰다. 메이지유신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혁명의 성공이 아니라 집권 이후의 통합이었다.
 
1877년 9월 일본 가고시마(鹿児島) 시로야마(城山). 메이지유신의 두 영웅이었던 사이고 다카모리(西郷隆盛)와 오쿠보 도시미치(大久保利通)는 끝내 같은 편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함께 에도막부를 무너뜨렸던 혁명의 동지는 서로 총을 겨누는 적이 됐고, 일본 마지막 내전인 세이난전쟁(西南戦争)은 메이지 정부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혁명을 함께 이룬 사람들이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 결과였다.
 
역사는 흔히 이 대결을 이상주의와 현실주의의 충돌로 설명한다. 그러나 본질은 조금 다르다. 두 사람 모두 일본을 부강한 근대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같았다. 갈린 것은 목표가 아니라 국가를 만드는 순서였다.
 
사이고는 명분을 먼저 세우려 했고, 오쿠보는 국력을 먼저 키우려 했다. 사이고는 사람을 모으는 지도자였고, 오쿠보는 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였다. 사이고가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는 혁명가였다면, 오쿠보는 새로운 국가의 제도와 기반을 세우는 건설자였다. 그는 재정을 정비하고 산업을 육성했으며, 근대 행정과 군대를 구축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했다. 일본이 짧은 기간 안에 서구 열강과 경쟁할 수 있는 근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한 데에는 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맨 오른쪽이 오오쿠보 도시미치
187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메이지 정부 사절단. 사진 맨 오른쪽이 오쿠보 도시미치.
결국 역사는 오쿠보의 선택을 받아들였다. 일본은 산업화를 추진했고 근대국가의 토대를 세웠다. 그러나 승리에는 대가가 따랐다. 세이난전쟁은 당시 국가 세수 대부분에 해당하는 막대한 전쟁 비용을 남겼고, 그 후유증은 인플레이션과 재정긴축, 농촌의 피폐와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패배한 사족(사무라이) 세력의 불만과 상실을 정치적으로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면서 사회 내부의 균열은 오랫동안 남았다. 국가는 강해졌지만 사회를 하나로 묶는 정치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승리는 했지만 통합에는 뚜렷한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메이지유신은 근대국가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국가를 구성하는 다양한 세력을 새로운 질서 안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희생과 후유증을 남겼다. 이것이 150여 년 세월이 흐른 오늘까지도 메이지유신이 우리에게 전하는 정치적 교훈이다.
 
이 교훈은 지금 한국 정치에도 적용된다. 다음 달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권 경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르는 집권당 지도부 선거다. 새 지도부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고 내년도 예산을 책임지며, 2028년 총선까지 집권당을 이끌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 대표 한 사람을 선출하는 절차가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다.
 
이재명 정부 앞에는 복잡하고 무거운 과제들이 놓여 있다. AI 국가전략과 반도체 경쟁력 강화, 첨단 제조업과 방위산업 육성, 에너지 전환, 지역균형발전, 저출생과 고령화 대응 등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과제들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미·중 전략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통상 질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나같이 장기적인 추진력과 정치적 안정이 필요한 과제들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는 모습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사진=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최근 정치권에서는 외교와 경제에서 아무리 성과를 거두더라도 집권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면 국정 동력은 오래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특정 정치인의 의견을 넘어 역사가 반복해서 보여준 정치의 원리다. 외교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경제는 국민의 삶을 개선한다. 그러나 그 성과를 법과 제도로 정착시키고 지속시키는 힘은 정치에서 나온다. 대통령이 국정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집권당은 그 방향을 현실로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도 법률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예산 역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개혁 입법은 지체되고 예산은 표류하며, 국민이 체감할 정책 성과도 내기 어렵다. 반대로 집권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정책은 속도를 얻고 국정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집권당의 리더십은 단순한 당내 권력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성패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번 전당대회를 개혁이냐 성장이냐, 강성이냐 온건이냐의 대결로만 바라봐서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집권당은 야당처럼 투쟁만으로 존재할 수도 없고 정부처럼 행정만으로 평가받을 수도 없다. 개혁을 추진하는 힘과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책임감,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의 리더십을 함께 갖춰야 한다. 당내 경쟁은 필요하지만 경쟁의 목적은 상대를 배제하는 데 있지 않다. 더 나은 정책과 더 강한 집권 역량을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이미 국민에게 국정을 맡아 달라는 선택을 받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거의 승리를 국정의 성과로 바꾸는 일이다. 선거에서 함께했던 지지층만 바라봐서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어렵다. 당내 다른 목소리는 물론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의 우려까지 살피는 정치가 필요하다. 집권당의 통합은 계파 간 자리 배분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다. 사회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정부 정책 안에 담아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메이지 정부가 강력한 중앙집권과 산업화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한 국가 목표와 추진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상실과 분노를 충분히 감싸지 못하면서 결국 내전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개혁의 속도가 빠를수록 그 과정에서 뒤처지거나 배제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품는 정치가 함께 가야 한다. 추진력과 통합은 어느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함께 갖춰야 할 집권의 조건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정청래 당 대표 후보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6720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더불어민주당 김민석·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있다. 2026.7.20[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경쟁도 끝나야 한다. 새 대표는 승자의 대표가 아니라 당 전체의 대표가 돼야 한다. 자신을 지지한 사람뿐 아니라 다른 선택을 했던 당원과 의원들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 무조건 따르는 지도부도, 정부와 경쟁하며 존재감을 키우는 지도부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는 바로잡고, 필요한 개혁에는 힘을 모으면서 국정 성과에 공동으로 책임지는 집권당이어야 한다.
 
역사는 선거 결과보다 그 이후를 더 오래 기억한다. 메이지유신은 국가를 세우는 일과 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일이 서로 다른 과제임을 보여주었다. 권력을 획득하는 능력과 권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능력도 같지 않다.
 
선거는 승자를 만든다. 그러나 집권은 승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른 목소리를 품고 경쟁했던 사람들과 함께 국정을 이끌 때 비로소 국가는 앞으로 나아간다. 이것이 150여 년이 지난 오늘, 메이지유신이 전하는 정치적 교훈이다. 집권은 승리가 아니라 통합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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