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50분 만에 달러당 5엔 가까이 급등해 엔·달러 환율이 162엔대 후반에서 157엔대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선 데 이어 미국 통화당국도 개입 준비 단계인 '레이트체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3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다시 160엔대로 올라섰다. 이번 개입이 엔화 약세 흐름을 바꿀 수 있을지를 놓고 시장의 판단은 엇갈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전날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162.80엔 안팎이던 환율은 일본시간 오후 10시 30분께부터 약 50분 만에 157.80엔까지 떨어졌다. 닛케이는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대규모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다고 전했다.
환율은 이후 159엔대 후반까지 반등했지만 미국 동부시간 오후 1시를 넘어 다시 158엔대 후반으로 떨어졌다. 미국 재무부의 지시를 받은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복수의 금융기관에 달러·엔 매매 환율을 문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실제 개입에 앞서 시세를 확인하는 '레이트체크'로, 닛케이는 일본의 개입 직후 미국이 곧바로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움직인 배경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의 더 빠른 금리 인상을 막지 않겠다고 확약한 것 아니냐는 런던 외환딜러의 관측을 전했다. 일본 금리가 오르면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가 미국 국채가 팔리고, 미국 금리까지 밀려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개입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은 3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다"며 "항상 긴장감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닛케이는 당국이 시장의 경계가 느슨해진 시점을 골랐다고 분석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21일 약 40년 만에 163엔대로 올라섰지만 이후 약세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시장은 곧바로 개입이 있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1개월물 예상 변동률은 개입 직전 6% 아래로 떨어져 4년 반 만의 최저였다. 여기에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리 인상만이 물가를 잡을 수단은 아니라고 밝혔고, 30일 발표된 미국의 성장률·물가 지표까지 예상을 밑돌면서 달러는 이미 약세로 돌아서 있었다. 달러 강세가 진행되던 4월과 달리 이미 시작된 흐름을 증폭하는 형태여서 개입 효과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외환전략가는 "당국이 시장의 허를 찌르는 시점을 선택해 투기 세력에 큰 타격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 참가자 상당수가 일본은행 회의가 끝난 뒤에야 개입이 있을 것으로 봤다는 것이다. 시장이 당국의 방어선으로 여기는 160엔에 다가서면 추가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효과의 지속성에는 신중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그는 "미국에서 금리 인상 관측이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고 중동 정세 긴박으로 '유사시 달러 매수'가 강한 시점이어서, 개입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투기 세력의 엔화 매도 포지션이 크게 불어난 점은 개입 효과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손실을 줄이려는 투기 세력이 엔화를 되사면서 상승 폭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순매도 포지션은 15만 2125계약으로 2024년 7월의 18만 4223계약에 근접했다. 당시에는 5조 5348억 엔 규모의 개입에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미국의 물가 둔화가 겹친 데다 매도 포지션까지 대거 청산되면서 환율이 한때 20엔가량 떨어졌다.
반대로 올해 4~5월 개입은 효과가 오래가지 못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4월 28일부터 5월 27일까지 11조 7349억 엔(약 105조원)을 투입했지만 환율은 두 달 만에 개입 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미무라 재무관이 개입 직전 "마지막 대피 권고"라며 시장을 견제한 것이 오히려 투기 세력에 포지션을 정리할 시간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이자와 후미토 SMBC신탁은행 선임 시장분석가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재정 확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해외 투기 세력의 엔화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개입 효과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3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장 초반 159.45엔까지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160.60엔대로 되돌아갔다. 엔화 가치가 두 달 반 만의 최고 수준에 이르자 일본 수입기업을 중심으로 달러 매수 주문이 몰린 영향이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1.0%로 동결했다. 6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올린 직후여서 그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동결에는 정책위원 9명 중 1명이 반대해 1.25%로 올리자고 제안했지만 부결됐다.
함께 내놓은 경제·물가 정세 전망(전망 리포트)에서는 2026·2027년도 성장률 전망을 높였다. AI·반도체 수요가 탄탄하고 중동 정세에 따른 경기 악화 위험은 줄었다고 봤다. 물가 상승률 전망은 원유 가격 하락을 반영해 2026년도를 낮추고 2027년도는 올렸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 나선다. 추가 인상 시점을 두고 어떤 신호를 보내느냐가 이번 개입 효과의 지속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예상보다 이른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면 엔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최근 증시 조정을 들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 재개입 압력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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