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대사 1년 6개월 만에 복귀…스틸, 4일 공식 활동 개시

한국계 첫 여성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대사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스틸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두 번째 임기 첫 주한 대사다 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한국계 첫 여성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된 미셸 스틸(한국명 박은주) 대사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스틸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두 번째 임기 첫 주한 대사다. 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주한미국대사 자리가 1년 6개월 만에 주인을 찾았다. 미셸 스틸 대사는 4일 오후 외교부 청사를 찾아 신임장 사본을 제출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을 예방했다. 이 두 절차를 마치면서 대사로서의 공식 활동이 시작됐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한 뒤 주한미국대사관은 줄곧 대사대리 체제로 돌아갔다. 스틸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주한대사이자 성 김 전 대사에 이어 두 번째 한국계 대사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새로 부임하는 외국 대사는 자국의 국가원수가 발급한 신임장의 사본을 외교부 의전장에게 제출해야 공식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현재 의전장은 김태진 의전장이다. 원본은 나중에 대통령에게 따로 제정한다. 그 제정식을 거쳐야 신임 절차가 완전히 끝난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예방이 부임 인사를 위한 자리이며, 이 계기에 양측이 한미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주호주 대사로 임명된 박일 전 대변인의 후임으로, 이날이 첫 정례 브리핑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신임장 제정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실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날짜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틸 대사가 물려받은 것은 1년 6개월치 밀린 숙제다.

가장 민감한 건 쿠팡이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뉴욕 증시에 상장된 이 전자상거래 기업을 한국 정부로부터 차별받는 미국 기업으로 규정했고, 백악관도 여기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주미대사관을 통해 보고서의 사실관계 오류를 바로잡고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 상세 입장문을 전달했다.

양국 정상 차원의 합의 내용을 정리한 공동 설명자료, 이른바 조인트 팩트시트의 실무협의도 남아 있다. 지난해 관세 협상 타결과 함께 묶인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 역시 마찬가지다. 스틸 대사는 부임 전부터 이 투자 계획을 한국 정부와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안보 쪽도 만만치 않다. 한국이 추진하는 핵추진잠수함 도입,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그리고 양국이 동맹 현대화라 부르는 과제들이 모두 협의 테이블에 올라 있다.

스틸 대사가 이 현안들 앞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전망이 갈린다. 한국 사정에 밝은 한국계인 만큼 껄끄러운 문제를 조율하는 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기대가 한편에 있다. 다른 한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기 전 하원의원으로 4년을 보낸 정치인 출신 대사가 의회와 행정부의 요구를 완충하기보다 그대로 실어 나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알렉산더 그레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 경제협력 세미나에서 국경 간 데이터 흐름을 촉진하고 미국 플랫폼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기술 분야의 보호주의적 조치가 양자 관계를 해칠 수 있다며, 미국 기업을 겨냥한 유럽연합의 디지털세와 벌금이 미국 측 무역조사로 이어진 사례를 들어 경고했다.

두 관측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는 질문에 박 대변인은 어느 쪽도 택하지 않았다.

박 대변인은 "스틸 대사는 주한 미 대사이기 때문에 본인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미 동맹과 한미 관계에 대한 많은 이해와 식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한미 관계가 강화되고 한미 양국 국민 간의 우의가 증진되는 쪽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스틸 대사는 조 장관과 어떤 논의를 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외교부 청사 방문에는 남편인 숀 스틸 변호사가 함께했다. 부부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6·25 전쟁 때 북한을 떠나온 실향민들이 세운 교회다. 스틸 대사의 부모도 실향민 출신이며, 스틸 대사 본인도 미국으로 이민하기 전까지 이 교회에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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