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정해놓고 공론화하나" vs "오지선다론 미래 없다"…국교위, 수능 서·논술형 도입 '파열음'

  • 제8차 회의서 대입제도 개편 의견 수렴안 보고…위원들 '절차적 하자·졸속 추진' 비난

  • 위원들 "초등생부터 서·논술형 학원 갈 판…국교위 패싱하고 특위가 일방적 강행"

  • 차정인 위원장 "오지선다 유지 한계, 어려워도 추진해야…9~10월 집중 논의할 것"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제8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제8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제8차 회의가 대입제도 개편을 둘러싼 위원들 간의 파열음으로 얼룩졌다. 특히 '서·논술형 평가 확대'를 골자로 한 대국민 의견수렴 절차를 두고, 다수의 위원들이 본위원회의 사전 논의를 건너뛴 '졸속 추진'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차정인 위원장은 현행 오지선다형 객관식 평가로는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며, 변화의 불가피성을 적극 항변했다.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원회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년 제8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 초반에는 △중·고등학교 역사 관련 교육과정 수립·변경 계획(안)과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이 심의·의결됐다.
 
그러나 뒤이어 사무처가 '대입제도 관련 의견수렴 계획(안)'을 보고하자 회의장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사무처는 내신 및 수능 서·논술형 평가 체제 전환 등 대입 개편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8월 중 지역 현장 토론회(인천·전남광주·대구)와 국민참여위원회 1박 2일 숙의, 대국민 온라인 의견수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위원들은 특위 차원에서 짜인 판을 본위원회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격이라며 비판했다. 박영환 위원은 "학교 현장에서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맞추기식 공청회를 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며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이제 막 적용된 시점에서 내신·수능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수능까지 한꺼번에 논의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전은영 위원 역시 "이미 방향성을 설정해 놓고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라 학교 현장에 엄청난 불안감을 주고 있다"며 "서·논술형이 늘어난다고 했을 때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겪을 위기감에 대해 단 한 마디 논의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시적인 관점의 부재를 지적하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전은영 위원은 "살인적인 입시 경쟁 질서를 그냥 둔 채 서·논술형을 도입한다고 하면, 초등학생부터 관련 학원에 등록하지 않고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며 "대입제도로만 축소해 논쟁을 만들 게 아니라 거시적이고 입체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절차적 '패싱'에 대한 불만도 폭발했다. 국교위 위원들은 "TF나 특별위원회에서 논의가 다 이루어진 뒤 본위원회는 나중에 보고만 받는 과정이 반복돼 위원회의 효능감이 떨어진다", "이미 인천 토론회는 교원단체도 배제된 채 입맛대로 진행됐다"며 공론화 과정의 정당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건 위원은 "10년 후 수능을 이대로 둬도 괜찮을지 먼저 묻고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데, 갑자기 서·논술형 확대를 던지면 과반의 반대에 부딪혀 야심 차게 준비한 중장기 발전계획 전체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차정인 위원장은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차 위원장은 모두발언 등을 통해 "AI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대학 입학 직전까지 오지선다 객관식 경쟁의 평가와 학습을 지속할 것인지 우리 공동체가 먼저 판단해야 한다"며 "현재의 형태로 안 된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어려워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객관식이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니며 결코 섣부르게 논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시간적 제약 속에서 전문위원회의 조언을 거쳐 진행하는 사항일 뿐 본위원회를 경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차 위원장은 국교위 내부의 충분한 사전 논의가 부족했다는 위원들의 지적을 일부 수용하며 "9월이나 10월 중 본회의를 한 차례 더 열어, 다른 안건 없이 대입 제도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심층 논의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하며 논란을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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