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쿠슈너 특사는 이날 이집트에서 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등 중재국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하마스 지도자 칼릴 알 하이야 등과 2시간 넘게 회동했다. 미국 측 고위 인사가 하마스 지도부를 직접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회동은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를 골자로 한 미국 주도의 '15개항 로드맵'을 되살리기 위해 마련됐다. 쿠슈너 특사는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기에 앞서 하마스로부터 로드맵, 특히 무장 해제에 대한 이행 의지를 재확인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측은 로드맵을 이행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이스라엘이 먼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이른바 '황색선'(yellow line) 밖으로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마스는 중재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를 향해서도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를 준수하고 로드맵을 승인하도록 압박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도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로드맵 거부를 비판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요르단과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및 휴전 중재국들도 성명에 동참했다.
양측은 무장 해제와 철수의 선후 관계를 놓고 맞서고 있다. 미국의 로드맵은 하마스가 단계적으로 무기를 포기하는 동시에 이스라엘군이 공격을 중단하고 철수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다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며 최근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했다.
이스라엘 연정 내부의 강경론도 쿠슈너의 중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최근 가자지구 공습 축소를 비판하며 "표적 암살을 감행해 매일 밤 30~40명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 팔레스타인 주민을 향해 "살아갈 가치가 없다", "사람조차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팔레스타인 주민의 대규모 이주와 가자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 재건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는 "가자지구 전체가 우리의 것이라고 본다"며 가자 전역에 정착촌을 건설하고 가능한 한 많은 팔레스타인인의 이주를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10월 27일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벤-그비르를 비롯한 연정 내 강경파와 우파 유권자들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일 탈시르 히브리대 정치학과 교수는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에 "가자지구가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은 아니지만, 네타냐후가 내세우는 주장과 이스라엘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열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이스라엘 일간 마리브가 발표한 조사에서 네타냐후가 총리에 적합하다는 응답은 38%로, 주요 경쟁자인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의 49%에 크게 못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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