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비대해진 경찰 권력, 누가 통제하나

임병식 논설위원
[임병식 순천향대 초빙교수]


오래전 일이다. 그날 아침, 편집국은 이른 아침부터 소란스러웠다. 사무실에 난입하려는 50대 중반의 A와 이를 저지하는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기자들에게 제자리로 돌아가라고 지시하고, A에게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민원을 제기하라고 했다. 그게 내가 한 일의 전부였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 집단폭행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됐다며 즉시 출석하라는 통보였다. 황당한 혐의도 문제였지만 일방적인 출석 요구는 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적어도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고 당사자와 조사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담당 수사관의 태도는 상식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고소인 A와 수사관은 고교 선후배 사이였다. 선배의 민원을 해결하는 데 공권력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려웠다.

“경찰이 아마 국가기구 중에서 앞으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은 잇따른 기강 해이와 부실한 사건 대응을 질타하며 국무총리실에 경찰개혁기구 구상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공개적으로 우려할 만큼 경찰의 권한은 막강해졌다.

오는 10월 2일 형사사법 체계는 큰 변화를 맞는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다.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은 중수청으로 넘어가고 공소청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한다. 1948년 검찰청 출범 이후 78년 만에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다. 적지 않은 논란과 과제를 안은 채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출발하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오랜 사회적 요구였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쥔 채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군림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선택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한다는 ‘정치검찰’ 논란도 반복됐다. 한 기관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세우겠다는 개혁의 방향은 타당하다.

문제는 권력을 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권력 집중을 막을 수 있느냐에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수청으로 넘어가고 경찰은 대부분 민생범죄에 대한 1차 수사를 계속 담당한다. 검찰의 보완 수사권까지 사라지면 경찰의 판단과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검찰 다음의 거대 수사 권력을 누가,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자칫 호랑이를 피하려다 더 큰 호랑이를 만나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찰은 이미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운 권력기관이다. 신고 접수와 범죄 예방, 교통 단속, 집회 관리, 정보 수집은 물론 수사의 개시와 종결까지 맡고 있다. 국민과 접촉하는 범위와 빈도는 다른 권력기관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앞으로 경찰 수사가 차지하는 비중과 책임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경찰의 판단 하나가 시민의 자유와 권리, 명예와 생업을 좌우할 수 있다.

권한 확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경찰에 합당한 권한이 필요하다. 그러나 권한은 책임과 비례해야 한다. 권한만 확대되고 통제와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권력기관의 간판만 바꾸는 데 그친다.

경찰을 통제하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경찰위원회가 주요 경찰 정책을 심의·의결하고 시·도에는 자치경찰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국회와 감사원, 국가인권위원회, 사법부의 외부 통제도 존재한다. 경찰 내부에도 감찰과 수사 심사 절차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의문이다. 국가경찰위원회는 행정안전부에 설치돼 있지만 위원회 사무는 경찰청이 수행한다. 경찰을 감독해야 할 기구가 감독 대상인 경찰에 의존하는 구조다. 독립적인 통제기구라기보다 경찰 정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머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치경찰제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 전국적으로 시행됐지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별도 조직으로 분리되지 않은 채 한 조직 안에서 사무만 나눠 맡는 구조다. 지역 치안에 주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다는 본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검찰개혁 못지않게 경찰 개혁이 중요한 이유다. 확대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도록 만드는 견제 장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제주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무소속 김병기 의원을 둘러싼 의혹 수사는 11개월 넘게 이어졌고,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신속하게 처리하라고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에 대한 막연한 불신은 경계해야 하지만 권한에 상응하는 통제 장치를 요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선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적인 독립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위원 구성을 다양화하고 독자적인 사무처와 조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경찰청이 제공하는 자료만으로 경찰을 감독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주요 인사와 정책, 예산뿐 아니라 인권침해와 수사권 남용까지 독립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자치경찰제를 정상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실종자 수색, 교통안전처럼 주민 생활과 밀접한 치안에는 지역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 중앙의 일방적인 지시보다 지역 주민과 지방의회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되 자치경찰이 지방 권력이나 토착 세력에 예속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수사 과정에 대한 외부 통제도 강화해야 한다. 불송치와 수사 지연, 강제수사, 사건 배당과 종결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독립적인 심사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수사심의기구에는 법률가뿐 아니라 인권·여성·아동·노동·지역사회 전문가를 폭넓게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경찰의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를 본 국민이 다시 경찰 내부에만 호소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경찰 개혁이 정권의 경찰 장악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인사권과 지휘권을 앞세워 경찰을 권력의 도구로 만든다면 검찰개혁의 명분마저 무너진다. 경찰은 정권에 충성하는 조직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존재하며 법에 충실해야 한다.

경찰 개혁의 핵심은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국민이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검찰이라는 호랑이를 잡은 뒤 더 큰 호랑이를 키운다면 그것은 자리바꿈에 불과하다. 검찰 이후 경찰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법과 제도에 기반한 시민의 통제다.

서두에 언급한 개인적인 경험은 10여 년 전 일이다. 지금은 그런 몰상식하고 권위적인 수사 관행이 사라졌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공권력은 그것을 행사하는 사람의 선의에만 맡겨둘 수 없다. 좋은 경찰은 경찰관 개인의 선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권한 남용을 막고 책임을 끝까지 묻는 제도가 좋은 경찰을 만든다.

필자 주요 이력

▷감사원 정책자문위원 
국가유산위원 ▷국가유산청 정책자문위원 ▷순천향대 초빙교수 ▷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 ▷전 국회 부대변인 ▷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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