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도면을 그리고 건설현장의 위험을 찾아낸다. 도시를 짓기 전에는 디지털트윈으로 가상공간에 먼저 만들어본다. 완성된 집에서는 AI가 에너지와 안전을 관리한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취임과 함께 ‘AI 대전환’을 핵심과제로 내걸었다. 대한민국 최대 주택·도시개발 공기업 LH가 ‘집 짓는 공기업’에서 ‘AI 도시기업’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AI가 도면 그리는 시대
대한민국에서 AI가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산업 가운데 하나가 건설이다.
자동차나 반도체는 공장에서 같은 제품을 반복 생산할 수 있지만 집과 도시는 다르다. 땅의 모양과 높낮이, 도로와 주변 환경이 모두 다르다. 설계부터 토지조성, 시공, 안전관리, 입주와 유지보수까지 수많은 사람과 기업이 참여한다.
LH가 AI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성훈 사장은 2026년 7월 취임하면서 주택공급 속도 제고, 공공주택 품질 혁신, 지역균형성장과 함께 ‘AI 대전환’을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LH의 AI는 직원들이 생성형 AI로 문서를 만드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설계→건설→안전→도시개발→주택관리라는 LH의 본업 자체를 AI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그 출발점이 설계다.
LH는 AI 기반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건설정보모델링) 토공설계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BIM은 건물과 시설물에 관한 각종 정보를 3차원 디지털 모델에 담는 기술이다.
여기에 AI를 결합하면 사람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설계작업을 자동화하고 여러 대안을 빠르게 비교할 수 있다. 토지의 높낮이와 도로, 건축물 배치 등 복잡한 조건을 AI가 분석해 설계자의 판단을 돕는다.
사람이 일일이 도면을 그리던 건설이 ‘AI와 사람이 함께 설계하는 건설’로 바뀌는 것이다.
AI의 역할은 건설현장에서 더욱 직접적이다.
LH는 건설현장 근로자와 매입임대주택 입주민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AI 기반 실시간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늘봄 A-Eye’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안전관리자가 CCTV를 직접 확인하거나 현장을 순찰해야 했다. 하지만 사람이 24시간 수많은 현장을 동시에 지켜볼 수는 없다.
AI는 다르다. 여러 CCTV와 센서의 데이터를 쉬지 않고 살펴볼 수 있다.
건설현장에 24시간 잠들지 않는 ‘AI 안전요원’이 배치되는 셈이다.
신도시를 짓기 전에 AI로 먼저 만들어본다
더 큰 변화는 디지털트윈에서 시작된다.
디지털트윈은 실제 도시와 건물을 가상공간에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기술이다.
실제 도시를 건설하기 전에 디지털 공간에 도시를 만들어 도로와 건물 배치를 살펴보고 교통·환경·에너지 등의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다.
여기에 AI를 붙이면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수많은 도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문제점을 찾고 여러 개발 대안을 비교할 수 있다. 도시가 완성된 뒤에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디지털트윈에 반영해 관리할 수 있다.
도시계획→설계→건설→운영이 하나의 데이터로 연결되는 ‘AI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공간정보와 디지털트윈을 통해 ‘AI가 읽을 수 있는 국토’를 만든다면 LH는 그 위에 ‘AI가 작동하는 도시와 주택’을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
LH는 전국에서 신도시와 공공주택, 산업단지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수행한다. 이 현장 자체가 대한민국 건설 AX의 거대한 실증무대가 될 수 있다.
다음은 로봇이다…'피지컬 AI' 건설현장으로
다음 단계는 피지컬 AI다.
생성형 AI가 글과 그림을 만든다면 피지컬 AI는 현실을 인식하고 판단해 로봇과 기계를 움직인다.
드론이 공사현장을 촬영하면 AI가 공정률과 위험요인을 분석할 수 있다. 건설로봇과 자동화 장비는 사람이 하기 위험하거나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할 수 있다. BIM과 디지털트윈은 로봇이 움직이고 작업하는 데 필요한 공간정보를 제공한다.
LH가 가진 전국의 건설현장은 이러한 기술을 실제로 시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AI와 로봇이 한국의 건설·도시개발 경험과 결합한다면 K-건설의 새로운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AI는 집 안까지 들어온다
AI 전환은 아파트가 완공됐다고 끝나지 않는다.
LH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AI 가전 기술을 접목한 표준 모듈러주택을 선보이는 등 미래형 주거공간도 모색하고 있다.
집이 잠을 자는 공간에서 거주자의 생활을 이해하고 에너지·가전·안전을 관리하는 ‘스마트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AI가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고 주택설비의 이상징후를 미리 찾아낸다면 공공주택 관리비용과 사고도 줄일 수 있다.
AI가 집을 설계하고 → AI가 공사현장을 지키고 → AI와 로봇이 건설을 돕고 → 완성된 집에서는 AI가 생활을 관리하는 구조다.
결국 문제는 "집을 얼마나 빨리 공급하느냐"
하지만 화려한 AI 기술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다.
주택공급이다.
이성훈 사장은 취임하면서 국민이 집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을 LH의 중요한 책무로 강조했다.
AI도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여야 한다.
AI 설계와 디지털트윈으로 사업 검토기간을 단축하고, AI로 건설공정과 안전관리를 효율화한다면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LH의 AI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단순하다.
‘AI를 몇 개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AI를 이용해 좋은 집을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공급했느냐’다.
이성훈 사장이 강조하는 ‘빠른 주택공급’과 ‘AI 대전환’이 만나는 지점이다.
'집 짓는 공기업'에서 'AI 도시기업'으로
LH의 AI 대전환이 중요한 이유는 규모에 있다.
LH가 변하면 LH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설계회사와 건설회사, 건설기계, 로봇, 스마트홈, 에너지 기업까지 연결돼 있다. LH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면 관련 산업 전체가 움직일 수 있다.
AI-BIM으로 설계하고 AI가 현장을 감시한다. 디지털트윈으로 도시를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로봇과 피지컬 AI가 건설현장에 들어온다. 완성된 주택에서는 AI가 안전과 생활을 관리한다.
이 모든 기술이 연결되는 순간 집 한 채의 스마트화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AI 전환이 시작된다.
과거 LH가 대한민국 곳곳에 신도시를 만들었다면 AI 시대에는 또 다른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AI가 집을 짓고 도시를 관리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이성훈 LH 사장은 2026년 7월 취임해 주택공급 속도 제고와 공공주택 품질 혁신, 지역균형성장, AI 대전환을 주요 경영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 분야의 다양한 정책·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AI와 디지털 기술을 LH의 설계·건설·안전·도시개발·주택관리 업무에 접목해 LH를 미래형 주택·도시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제를 맡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