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중국은 같은 공산권 국가인 베트남을 침공했다. 베트남을 통일한 북베트남 정권이 화교를 압박하고 친중 성향의 캄보디아를 침공하는 등 중국의 눈 밖에 나자 당시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작은 친구가 말을 듣지 않는다"며 군사행동에 나섰다.
막대한 병력을 앞세운 중국은 당초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으나 베트남 북부의 험준한 산악지형과 베트남군·민병대의 강한 저항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전쟁이 약 한 달간 이어진 뒤 중국은 전략적 목표를 달성했다며 갑작스레 일방적 철수를 선언했다.
전선에서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중국 인민해방군의 피해가 극심했고, 중국 내부의 파벌 싸움 및 문화대혁명 이후 재건이 시급한 상황에서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한 덩샤오핑이 신속하게 종전을 결정한 것이다. 물론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그는 전쟁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일부 체면이 손상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반면 같은 해 같은 공산권이었던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으나 이후 10년 동안 전쟁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결국 이것이 소련 붕괴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을 감안하면 덩샤오핑의 선택이 더욱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기습 공격하며 시작된 전쟁도 어느덧 6개월을 넘어섰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직 완전한 승리도, 확실한 휴전도 얻지 못했다. 그렇다고 덩샤오핑처럼 종전 선언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부터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확전을 자제하며 경제 제재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대이란 정책을 수정했다. 아울러 경제 제재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제재만으로 전쟁을 끝내거나 이란의 굴복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미 러시아와 북한, 쿠바 등이 장기간 미국의 제재를 견뎌왔고, 이란 역시 수십 년간 미국의 제재를 버텨왔다.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을 가진 주요 산유국이라는 점도 이란의 저력이다.
그 사이 미국 또한 전쟁의 비용이 계속 쌓이고 있다. 미군의 피로와 자원 소모가 누적되고 있으며, 첨단 무기 재고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은 미국의 물가를 자극하고 결국 미국 및 세계 경제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결국 전쟁은 확실한 승리나 휴전 혹은 종전이 없으면 참여국 모두에게 출혈을 강요한다.
트럼프의 애독서로 알려진 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선,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신속하게 끝내는 것'을 차선으로 본다. 그러나 지금 미국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전쟁을 피하지 못했고, 그렇다고 빠르게 끝내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란과 핵 협상 중이던 미국이 돌연 이스라엘과 함께 일방적으로 시작한 전쟁인 만큼 명분도 약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이란의 항복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목표와 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냉정하게 다시 계산하는 일이다. 덩샤오핑은 중월전쟁에서 체면을 조금 잃더라도 더 큰 목표를 위해 물러났고, 그 결과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소련은 전쟁을 끝내지 못한 채 10년을 끌었고, 그 결과 패망을 맞이했다. 강대국의 힘은 전쟁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 싸움을 멈춰야 하는지 판단하고, 필요할 때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능력에도 있다.
트럼프에게 지금 필요한 것도 바로 그 결단이다. 하지만 트럼프에게서 국가 및 대의를 위해 자신의 체면을 구기는 덩샤오핑과 같은 결단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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