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미 투자 패키지 협상 타결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K-반도체 지원책은 협상 테이블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다. LNG·원전 등 에너지 사업이 1호 프로젝트로 우선 추진되는 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팹 보조금 및 관세 면제 협상은 수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대미 투자 협상 경과를 국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K-반도체 지원과 관련된 핵심 내용을 대거 제외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미투자 심의기구인 한미전략투자 운영위가 에너지 사업을 1호 프로젝트 안건으로 상정해 속도를 내는 동안 60조원 규모의 현지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보조금·관세 등 시급한 과제는 안건조차 오르지 못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현지에 각각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과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생산 거점 등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대규모 생산 인프라를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당초 계획보다 대폭 늘어난 총 37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첨단 파운드리 및 R&D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38억 7000만달러(약 5조 2000억원)를 들여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첨단 패키징 공장과 연구 거점을 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정부가 약속했던 '반도체법' 보조금의 구체적인 지급 시기와 최종 규모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당정협의 후 "미국 측의 긴급한 전력 인프라 수요와 맞물려 에너지 분야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다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보조금 지급 및 관세 불이익 방지 문제 역시 결코 미룰 수 없는 핵심 사안인 만큼 현재 미국 정부와 물밑에서 치열하게 수위를 조율하며 막판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미 행정부의 보조금 회의론과 관세 압박이 거세지면서 기업들의 현지 경영 불확실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최근 기존 제도를 "끔찍한 법"이라 깎아내리며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높은 관세를 매기면 알아서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전면 비판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역시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 생산하면 관세 면제 혜택이라는 감면책을 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세계 최고 시장에 들어오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고강도 관세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현지에 쏟아붓는 60조원 규모의 직접 투자가 양국이 합의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조차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지난 1월 양국 합의에 따르면 3500억달러 패키지는 미 정부가 주도하는 전략 프로젝트(2000억달러)와 조선 협력(1500억달러)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 기업들의 개별 외국인직접투자(FDI)와는 구조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의 협상 성과도 의미가 있겠지만 국가 첨단 전략 산업인 반도체 현지 공장의 보조금 확정과 관세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미 투자의 실익은 대폭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미국 현지 생산 원가가 급증할 우려가 큰 만큼 최종 서명 전 정부 차원의 총력전과 세밀한 막판 협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