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과 용적률 완화 등을 앞세워 재건축·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는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는 사업장이 잇따르고 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에 건설사들이 수익성과 수주 가능성을 따져 선별 수주에 나서면서다. 유찰과 재입찰이 반복되면서 공급 속도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신통기획 대상지는 311곳이다. 8월 말까지 신정4동 922 일대와 사당동 305-35 일대 등 197곳의 기획을 마쳤다.
서울시는 정비계획 수립 기간을 줄이고 사업성이 부족한 지역에는 용적률 인센티브도 확대하고 있다. 양천구 신정4동 922 일대에는 사업성 보정계수 1.63을 적용해 2170가구, 동작구 사당동 305-35 일대에는 1.17을 적용해 970가구 규모로 개발할 계획이다. 후속 절차도 단축해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한다는 목표다.
올해 8월 10일까지 서울에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가 시공권을 확보한 정비사업 25곳 가운데 복수 건설사가 맞붙은 곳은 압구정5구역과 신반포19·25차,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등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22곳(88%)은 경쟁 없이 시공사가 결정됐다.
조 단위 사업장도 예외가 아니다. 총공사비 2조1616억원 규모의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은 지난달 1차 입찰에 삼성물산만 참여해 유찰됐다. 첫 현장설명회에는 7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에는 한 곳만 남았다. 지난 3일 2차 현장설명회에도 삼성물산만 참석했다. 예정 공사비는 3.3㎡당 1150만원이다.
총공사비 2조6135억원 규모의 목동10단지도 두 차례 입찰에 현대건설만 참여하면서 수의계약 절차로 전환됐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6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예정 공사비는 3.3㎡당 990만원, 입찰보증금은 600억원이다. 1조8275억원 규모의 성수3지구 재개발 역시 삼성물산의 단독 참여로 두 차례 유찰을 거쳤다.
과거 2~3개 건설사들이 맞붙으며 분담금 납부 유예, 이주비 지원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압구정에서는 현대건설이 3구역, 삼성물산이 4구역을 각각 단독입찰 끝에 확보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59(잠정치)로 전월보다 0.18%, 전년 동월보다 5.78%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보다 공사비 수준이 38.6% 높아진 셈이다.
여기에 입찰 단계부터 수백억원의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고 특화설계와 금융제안, 수주 인력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수주 실패 시 설계·홍보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 승산이 낮은 사업장은 처음부터 참여를 꺼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조합의 사업성 개선이 곧바로 시공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용적률 상향과 사업성 보정계수는 일반분양 물량을 늘려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시공사는 공사원가와 금융비용, 공사기간, 분양성 등을 별도로 따진다. 유찰로 재입찰과 수의계약 협의를 거치면 시공사 선정에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인상 등 여파로 건설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며 무리한 수주 경쟁을 피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를 통해 사업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공사비 이슈가 수그러들기 어렵기 때문에 선별 수주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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