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베트남이 올해 ‘민족 부흥의 신기원’을 선언하며 2045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130년까지 '발전된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백년대계도 설계했다. 올해는 베트남이 ‘도이머이(Doi Moi·쇄신)’ 정책을 집행한 지 4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1986년 말 제6차 공산당대회에서 ‘도이머이’를 선포하고 1988년부터 본격적으로 개혁정책을 도입했다. 개혁정책이 1990년대 초부터 경제성장에 효과를 나타내 베트남 국내 경제 사정은 나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국이 1994년 베트남에 대한 금수조치를 해제했고, 베트남이 1995년 아세안에 가입하고 미국과 수교하면서 국제경제에 참여할 여건을 만들었다. 이후 1997년 말부터 동아시아를 덮친 경제위기 여파로 베트남도 침체됐다가 2000년경부터 회복해 경제성장을 지속해 왔다. 이후에도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경제 충격 및 2020~2021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제 침체가 단기간 있었다. 베트남은 그간 약 10년마다 발생한 경제 침체를 곧바로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네 마리 용이 고도 성장하던 시기에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10%를 훌쩍 넘긴 것과 같은 실적을 내지는 못했다. 베트남은 작년에 1인당 GDP 5026 달러 실적을 내며 올해에 하위 중소득국에서 상위 중소득국으로 격상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베트남은 이제까지 양적 성장에 주로 의존해 왔기에 앞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도약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베트남은 이제까지의 경제발전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모델에 따라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한다. 이에 기존의 베트남 발전모델과 새로운 발전모델의 내용을 살펴보려고 한다.
경제성장 축은 국영기업에서 민간기업과 외국인 투자 부문으로 이동
최근에 베트남 경제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GDP 성장률이 2021년 2.6%에서 2022년 8.5%로 회복된 이후 2023년 5.0%, 2024년 7.0%, 2025년 8.0%로 증가세를 보였다. 2021~2025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평균 5.3%였다. 한 단위 생산에 투자되는 자본량을 측정한 한계자본계수(ICOR)가 2021년 15.5에서 2025년 4.6(추산치)으로 낮아졌다. 2021~2025년 평균 ICOR은 6.2로 추산되며, 이는 2016~2020년 평균 7.58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는 최근 자본 투자의 효율성이 증가한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베트남 국내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FDI 부문은 베트남 수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왔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FDI 부문 비중은 1995년 27%, 2003년 50%, 2013년 67%였다. 이후 이 비중은 70% 전후였다가 2025년에 77%로 증가했고 금년에는 7월까지 80%를 상회했다.
새로운 발전모델은 국내 민간기업의 성장과 민관 협력, 외국인투자 기업과 협력
베트남에서 그간 자본과 노동의 투입, 농수산물 및 천연자원 등에 주로 의존했던 경제성장 방식의 효과가 감소하면서 이제부터 성장의 질, 노동생산성 향상, 지속 가능 발전 등이 중요해졌다. 동시에 베트남은 국내 기업을 육성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여전히 국영기업으로 하여금 사회의 기반이 되는 경제 부문을 담당하게 하지만 비효율적인 국영기업 대신에 민간기업을 육성하여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개하려고 한다.
또한 베트남은 정부의 재원이 충분치 않아 민관 협력(Public-Private Partnership) 방식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고 한다. 베트남경제과학회가 발간한 '베트남 경제 2025~2026'에 따르면 2025년 국가기반시설 건설에 투자한 1977억 달러 상당액 가운데 민간이 1477억 달러 상당액을 투자하여 전체 투자의 약 75%를 담당했다. 베트남은 민관 협력을 통한 공공투자가 국가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재원 조달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향후 민간 투자의 ‘종자 자본’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 촉매 기능으로 인해 민간기업들이 부동산, 제조업, 물류 서비스, 상업 등을 발전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베트남은 외국인투자 부문에서도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간 외국인투자가 자본의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수출 진흥, 국내 고용 증가, 부분적으로 기술 이전 등에 기여했으나 한계도 있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향후 방향이 투자의 질, 효율 및 국내 산업으로 스필 오버 효과 등을 중시해야 한다고 본다. 향후 외국인투자는 국가기반시설 투자 외에도 하이테크 산업, R&D, 혁신, 청정 에너지 등과 관련된 부문을 중시하게 될 것이다. 특히 하이테크 산업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및 전략적 기술 부문이 법인세, 용수 및 토지 사용료 등에서 베트남 정부의 지원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 기술 복잡화, 기술 이전 및 베트남 기업의 공급망 참여율, 국내 부가가치 증가 등에 따라 베트남 정부의 지원이 추가될 것이다.
베트남과 경제협력 확대 모색
이러한 베트남의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 FDI 기업은 협력관계 구축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베트남의 경제정책 방향으로 볼 때 앞으로 대규모 FDI가 많아질 것이며 FDI 기업은 베트남 국내 기업과 협업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근 베트남이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며 앞서 언급한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협력 확대와 함께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국가기반시설 확충이다. 하노이와 호찌민시 전철 건설계획은 일찌감치 수립돼 집행되고 있다. 북부 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 철도 건설사업이 개시됐다. 북남 고속철, 신공항,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제시됐다. 이 프로젝트들을 집행하는 주체는 정부와 국영기업, 민간기업이 섞여 있다.
베트남 북부의 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 철도 건설사업은 수정된 사업비 약 110억 달러, 2030년 완공 목표로 베트남-중국 간 협력을 통해 수행되고 있다. 북남 고속철 건설사업은 600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업으로, 단일 민간기업이 이 건설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이 사업이 베트남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컨소시엄으로 수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그룹인 빈(Vin) 그룹이 참여하겠다고 했다가 철회했고 쯔엉하이 오토(Thaco)가 61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며 참여를 선언했다. Thaco는 이 사업에 참여하며 투자액 가운데 자기 자본으로 20%, 국내외에서 동원된 자금으로 80%를 충당할 예정이라고 했고, 사외에서 동원한 자금에 대한 채무 보증을 정부에 요청했다. Thaco는 한국의 현대로템과 협력하여 철도 차량 기술 이전 및 제작을 도모하고 있다. 북남 고속철 건설 사업 계획은 당초 일본의 주도적 지원하에 수립됐다가 2010년에 취소된 것이다. 이번 사업의 집행 과정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신공항 건설 계획은 곳곳에서 발표되고 있다. 가깝게는 호찌민시 인근 동나이성에 건설하고 있는 롱타인(Long Thanh) 공항이 금년 12월 완공될 예정이고, 하노이 인근 박닌성에 건설하고 있는 자빈(Gia Binh) 공항이 2027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원전 사업인 닌투언 1호기 사업은 2030년 가동을 목표로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을 건설사업자로 선정하여 금년 8월에 국회 승인을 통과했다. 닌투언 2호기 사업은 2035년 가동을 목표로 하여 건설 사업자를 선정하기 전 단계다.
베트남은 국내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외국 정부 및 기업과 협력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베트남의 국가기반시설 건설사업은 외국 기업에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필자 주요 약력
▷서강대 정치학박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대학원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 역임 ▷한국-베트남 현인그룹 위원 역임 ▷현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