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6거래일째 상승하며 인플레이션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를 키운 가운데 9일 국내 증시도 상단 저항을 받으며 눈치보기 장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주가 주도력을 회복하고 있는 만큼 코스피의 기존 상승 추세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28.18포인트(1.18%) 내린 5만2786.0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5.08포인트(0.58%) 하락한 7673.5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85.58포인트(0.32%) 내린 2만6421.41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증시는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약세를 나타냈다. 주말 사이 미국과 이란이 탄도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은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 간 충돌, 미군의 이란 유조선 타격 소식 등이 잇따르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국제유가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55달러(1.69%) 오른 배럴당 93.03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1월물 브렌트유는 0.92달러(0.95%) 상승한 배럴당 97.92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6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며 이달 들어 8% 넘게 올랐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연준의 금리 인상 경계심리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과 같은 4.79%를 유지했다. 금값은 금리 인상 가능성과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부각되면서 현물 기준 0.4% 하락한 온스당 4385.09달러를 기록했다.
주요 기술주도 대체로 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가 2.01% 하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각각 1.15%, 1.17% 내렸다. 반면 테슬라는 3.98% 상승했고 스페이스X는 3.73% 올랐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인텔이 중앙처리장치(CPU) 가격 인상 소식과 인공지능 관련 기대감에 9% 넘게 급등했다.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 약세와 중동발 불확실성에도 반도체 업종의 상대적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7000선 부근에서 눈치보기 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9일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에서는 오전 8시 32분 기준 삼성전자가 0.3%, SK하이닉스가 1.0% 상승하고 있다. SK스퀘어(0.6%), 현대차(0.2%) 등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는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코스피의 기존 회복 경로가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AI 관련주의 주도력이 회복되고 있고 코스피 이익 추정치도 유지되고 있어 최근 7000선 부근의 저항은 추세 전환보다는 추가 상승을 위한 매물 소화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사우디 에너지 시설 피격과 하르그섬 인근 이란 유조선 피격 등 중동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2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며 "다만 8월 말 이후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실적, 오픈AI GPT-6 출시 효과 등으로 국내외 반도체주들이 주도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발 불안으로 WTI가 90달러대 중반까지 진입하고 미 10년물 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으면서 유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 확대→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경계심리 강화→9월 FOMC 금리 인상 불안으로 이어지는 루프가 형성되고 있다"면서도 "과거 미·이란 군사 충돌 재개와 미 10년물 금리 4.8%대 진입 당시와 비교하면 증시 조정 압력이 제한되고 있어 매크로·지정학 변수에 대한 증시 내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오늘 국내 증시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1%대 강세에도 미·이란 갈등 재고조와 8월 CPI 경계심리 확대로 상단 저항을 받으며 눈치보기 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최근 수차례 7000선 진입에 실패하면서 해당 지수대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인식됐지만 7000선 진입 여부보다는 진입 시점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9월 들어 순매수로 전환한 외국인이 기관 및 기타법인과 함께 개인의 대규모 매물을 상당 부분 흡수하며 지수 하단을 방어하고 있다"며 "현재 7000선 부근은 이번 회복 추세의 상단이라기보다 개인의 매도 물량을 외국인과 기타법인의 자사주 매입 등이 소화하는 손바뀜 구간의 성격이 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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