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권혁빈 이혼, 최태원 이혼과 달랐다…법원이 주식 직접 나눈 까닭

  • 배우자 기여도 35%·3분의1 비슷…분할방식은 현물과 현금

  • 창업 초기 관여 인정…불법자금 기여 배제 SK 사건과 대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왼쪽 최태원  사진연합뉴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왼쪽),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소송에서 배우자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35%로 인정하고 비상장주식을 나누도록 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기여도를 3분의 1로 정하면서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식을 보유하도록 한 파기환송심과 대비된다. 배우자 기여도는 비슷했지만 '자산의 성격과 처분 가능성'에 따라 분할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정동혁 부장판사)는 9일 권 CVO의 배우자 이모씨가 낸 이혼 청구를 인용하고,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와 현금 650억원을 이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체 재산분할 규모는 약 2조5500억원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혼인 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 났고, 책임도 대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혼 청구는 받아들이면서도 이씨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위자료 기각이 곧 권 CVO에게 혼인 파탄 책임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핵심은 권 CVO 명의의 스마일게이트 주식을 부부가 함께 형성·유지한 재산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재판부는 이씨가 스마일게이트 설립 초기 지분을 보유하고, 이사와 대표이사로 등기됐던 점을 고려했다. 혼인 초기 이씨와 가족의 경제적 지원, 장기간 가사와 양육을 담당한 사정도 기여도로 인정했다.

다만 스마일게이트 성장에는 권 CVO의 사업 능력과 경영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재산분할 비율을 권 CVO 65%, 이씨 35%로 정했다. 법원이 이씨를 공동창업자로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창업 초기 관여와 혼인 기간의 직·간접적 기여를 재산분할에 반영한 것이다.

지난 7월 나온 최 회장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도 노 관장이 혼인 기간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가치 증가에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가사1부(이상주 부장판사)는 분할 비율을 최 회장 3분의 2, 노 관장 3분의 1로 정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기여도 산정 과정에는 차이가 있었다. 최태원 사건에서 대법원은 노 관장 측이 재산 형성 기여의 근거로 든 부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을 배제했다. 불법 자금은 '반사회성과 반윤리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 영역 밖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반영해 2심이 인정한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을 9440억원으로 낮췄다.

분할 방식도 엇갈렸다. 최태원 사건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 주식을 유지하고 노 관장의 몫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권혁빈 사건에서는 약 7조1049억원 상당의 비상장주식 가운데 35%를 이씨에게 직접 이전하도록 했다.

권 CVO의 재산 대부분이 스마일게이트 주식이어서 약 2조5500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하려면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점이 고려됐다. 비상장주식이라 매각이 쉽지 않고, 처분 과정에서 세금과 비용도 발생한다. 주식 35%를 넘겨도 권 CVO가 지배권을 잃지 않는다는 점도 현물분할의 근거가 됐다.

권혁빈 사건은 아직 1심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공개된 국내 이혼소송 가운데 역대 최대 재산분할 사례가 되는데, 항소심에서 분할 대상과 비율, 주식 가치·현물분할 방식이 다시 판단될 수 있다. 최태원 사건도 재상고심이 진행 중이어서 9440억원 중 2440억원을 둘러싼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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