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찾은 울산CLX는 1964년 국내 최초 정유공장으로 출발해 60년간 설비와 공정을 확장해 왔다. 현재는 하루 84만 배럴을 처리하는 국내 최대 원유 처리시설이자 단일 석유화학공장 기준 원유정제 생산능력 세계 3위 규모를 자랑한다. 저장·생산·출하 시설을 포함한 부지는 250만평에 이른다.
60년 넘게 가동된 만큼 울산CLX가 안고 있는 과제도 뚜렷하다. 정창훈 울산CLX 제조AI팀장은 "60년대에 지어진 것부터 70년대, 90년대에 지어진 것까지 설비에도 세대 차이가 있다"며 "이러한 다세대 설비는 공정 98개가 모두 서로 엮여 있어 최적으로 운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 이 같은 복잡성을 풀기 위해 꺼내든 해법이 '듀얼 브레인'이다.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24시간 분석·예측하는 '브레인 AI' 역할을 맡고, 현장 엔지니어가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AI에 모든 판단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AI가 인간의 시간적·물리적 한계를 보완하는 구조다.
공정 자체는 이미 상당 부분 자동화돼 있다. 컴퓨터가 각 설비를 자동 제어하고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운전원이 일일이 손댈 일이 많지 않다. 다만 돌발 상황이 생기면 근로자들이 공정을 빠르게 정상 상태로 되돌린다. 현장 관계자는 "이러한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숙련자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인다"고 설명했다.
울산CLX는 듀얼 브레인 구현을 위해 최적화와 설비 신뢰성, 안전·보건·환경(SHE) 등 세 영역에서 5개 제조 AI 중점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최적화 영역에는 생산최적화 AI와 유틸리티 최적화 AI, 설비 신뢰성 영역에는 설비이상 예측 AI와 정비 계획 AI, SHE 영역에는 통합 안전관제 시스템 '쉴드(SHEILD)'가 포함된다.
개별 공정의 최적화를 넘어 공장 전체를 하나로 연결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유틸리티 최적화 AI를 통해 공정 운영에 필요한 스팀과 전력, 용수 등의 사용량을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여러 공정을 연결해 전체 밸류체인의 통합마진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사람이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구역에는 드론과 로봇개도 활용한다. 이동형 장비가 설비 상태와 현장 위험요소를 대신 확인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현재 울산CLX에서 운영 중인 로봇개는 1대로, 향후 약 10대 수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드론 역시 설비 검사와 현장 순찰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숙련 인력의 세대교체 역시 AX를 서두르는 배경이다. 정 팀장은 "2025년 대비 2030년이 되면 기존 베테랑 인력의 상당수가 퇴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숙련 운전원들이 수십 년간 설비 이상이나 돌발 상황에 대응하며 쌓아온 판단 기준과 경험을 데이터와 AI에 축적해 기술 단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CLX는 2030년까지 연간 약 1000억원 규모의 생산성 향상과 설비 가동정지 '제로(0)', 중대재해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울산CLX는 올해 예측 모델과 연계 에이전트 개발·검증에 착수하고, 2027년부터 데이터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2028년까지 브레인 AI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2030년 이후에는 AX 적용을 지속 확대해 듀얼 브레인 운영체계를 정착시킨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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