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운용사 외화위탁 개편…해외주식 줄이고 글로벌채권 늘린다

  • 10억 달러 내외 주식에서 채권 이동 전망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 전경 260429유나현 기자 shootingajunewscom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은행 전경. 26.04.29[유나현 기자, shooting@ajunews.com]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국내 자산운용사 대상 위탁운용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기존 '양적 기반 조성' 위주의 자금 지원에서 벗어나 국내 운용사들의 실질적인 운용 역량 고도화와 질적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한은이 16일 발표한 '국내 운용사 대상 외화자산 위탁운용 포트폴리오 재편' 방안에 따르면 한은은 민간 부문의 해외 주식투자가 급증함에 따라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줄어든 해외주식 패시브(지수 추종) 위탁 비중을 축소하고 해외채권 위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기존 미국 종합채권 전략을 투자 대상과 지역이 대폭 확대된 글로벌 종합채권(Global Aggregate) 전략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조석방 한은 외자운용원 외자기획부장은 "국내 자산운용사에 주식이 너무 치중돼 있고 해외는 주식이 없고, 국내는 또 미국 채권만 가지고 있는 구조였다"며 "이런 문제를 과거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조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논의해왔다"고 말했다.

한은은 2012년 중국 주식을 시작으로 국내 자산운용사에 외화자산 위탁을 시작한 이후 선진국 주식(2019년), 미국 종합채권(2022년) 등으로 위탁 부문을 꾸준히 넓혀왔다. 위탁 규모 역시 2012년 1억 달러에서 2025년 32억1000만 달러까지 확대했다.

한은은 장기적 자금 지원과 민간의 해외주식 투자 활성화에 힘입어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투자 인프라를 구축하고 독자적인 시장 자생력을 갖추는 등 초기 목표였던 양적 기반 조성이 상당 수준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존 해외주식 위탁 펀드는 실질적으로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패시브 방식에 가까워 고도의 운용 역량을 쌓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포트폴리오 재편의 핵심인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은 약 28개국, 3만여 개 종목을 대상으로 다수의 국가와 다양한 통화권 채권을 동시에 운용해야 한다. 기존 1개국 1만여 개 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 종합채권 전략에 비해 운용 난이도가 높다. 단순 금리 전망을 넘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 거시경제 사이클, 환율 변동성 등 다각적 변수를 종합 분석해야 하는 고도의 액티브 운용 역량도 요구된다.

한은은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을 통해 국내 운용사들이 체계적인 리서치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동일 전략을 운용하는 해외 대형 운용사들과 직접 비교가 가능해짐에 따라 국내사의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집중 지원하는 데도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개편에 따라 국내 운용사가 맡고 있는 해외주식 위탁자산 가운데 10억 달러 내외가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김정훈 한은 외자운용원 위탁운용팀장은 "내부적으로 3개사 정도에서 작업을 진행할 예정으로, 10억 달러 내외 정도를 주식에서 채권 쪽으로 넘기려고 한다"며 "최종 규모는 해당 운용사들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으로 전환하면 한은이 지급하는 운용보수도 기존 주식 패시브 전략보다 2배 이상 높아진다. 한은은 이를 단순히 국내 운용사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한정된 외화자산을 활용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번 개편이 국내 자산운용사에 대한 외화자산 위탁 규모를 줄이기 위한 조치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내 운용사에 대한 위탁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1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기존 목표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외환보유액 증가분을 위탁자산에 배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달성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 팀장은 "양적에서 질적으로 간다고 해서 양적 규모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금보다 난이도가 높고 민간 부문에서 수요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내 운용사 위탁 비중 조정은 한은 외화자산 전체의 자산배분 틀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 주식 및 채권 비중에는 변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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