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학가에 따르면, 충청권에서 선도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며 무려 3년을 끌어온 충북대학교와 국립한국교통대학교의 통합 논의가 최근 잠정 중단되며 사실상 무산 수순에 돌입했다.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의 통합 논의 역시 학내 구성원 간의 극심한 의견 대립으로 거센 진통을 겪고 있다.
3년 끌어온 '충북대-교통대' 통합 좌초…'글로컬대' 박탈 등 후폭풍
지역 거점국립대 통합의 첫 단추이자 신호탄 격이었던 충북대와 교통대의 결말은 깊은 상처만 남긴 채 멈춰 섰다. 양 대학은 당초 이달 29일과 30일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통합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교명과 본부 위치 등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면서 투표조차 치르기 어렵게 됐다. 현재 양 대학은 통합을 잠정 중단하는 합의서 서명을 앞두고 있다.두 대학의 통합 실패는 지역 사회에 뼈아픈 타격을 남겼다. 앞서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성과 평가에서 2년 연속 저조한 실적으로 D등급을 받아 지난 7월 사업 지정이 전격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데 이어, 내년 3월 출범을 목표로 시도했던 행정 중심의 단계적 자체 통합마저 무위로 돌아갔다.
당장 통합을 전제로 지원받았던 약 720억 원의 국비 예산을 고스란히 환수당할 처지에 놓였고, 충북대는 이달 초 발표된 국립대학 육성사업 패키지인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선도대학 추가 선정에서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교통대에서는 총장 사퇴 요구가 불붙으며 학내 분열이 가속화되었고, 그 여파로 올해 수시 원서 접수에서 양 대학 모두 지원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경쟁력 하락이 가시화되고 있다.
'충남대-공주대' 메가 캠퍼스 제동…동문회 찬성 vs 학생·직원 반발 '극심'
선도 모델을 꿈꾸며 야심 차게 추진됐던 충남대와 공주대의 통합 논의 역시 거센 암초를 만나 표류하고 있다. 메가 캠퍼스를 구축해 수도권 대학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됐으나, 학내 구성원 간의 극명한 의견차가 발목을 잡았다.특히 충남대 총동문회 측은 학령인구 절벽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메가 대학으로의 도약이 필수적이라며 대학 경쟁력 제고를 위해 통합에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그러나 총동문회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에도 불구하고, 학내 주축인 총학생회와 교직원 노조 등은 '소통 부재'와 '흡수 통합에 따른 정체성 훼손' 등을 강력히 우려하며 통합에 맹렬히 '반대'하는 상황이다.
대학 발전이라는 대의(동문회)와 기존 기득권 및 권리 수호(학생·교직원)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충남대-공주대 통합 논의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사립대들 "무상 등록금 겹악재…큰형님들 밥그릇 싸움에 다 죽어"
지역 혁신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거점국립대들이 어른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잇달아 자멸하자, 대전·충청 지역 사립대들은 걷잡을 수 없는 허탈감과 위기감에 휩싸였다.정부 주도의 대형 국책 사업은 앵커 역할을 하는 국립대가 중심이 돼 산학연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역 내 사립대와 기업으로 그 온기를 확산시키는 '낙수효과'가 필수적인데 이 연결고리가 통째로 끊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2130억 원을 투입해 비수도권 지방 국립대 30곳의 신입생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지역 균형 발전 장학금(무상 등록금)' 정책을 확정하면서 사립대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뼈를 깎는 혁신은 실패하면서도, 국가 세금으로 등록금 무상 혜택만 챙기겠다는 국립대들의 행보가 사립대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 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역 고등교육의 '큰 형님' 역할을 하며 굵직한 정부 사업을 따내 지역 전체의 파이를 키워줘야 할 거점국립대들이 내부 이기주의에 매몰돼 글로컬대학 사업마저 박탈당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국립대만의 실패가 아니라,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가속화해 결국 우리 같은 지방 사립대와 지역 생태계 전반을 붕괴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혁신 실패와 혼란 속에서 내년부터 신입생 '무상 등록금'이라는 파격적인 혜택까지 국립대에 주어지면, 정원 채우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지역 사립대들은 아예 수험생들의 선택지에서 지워지게 된다"며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 노력 없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해 혜택을 독식하려는 구조적 모순 속에서, 지방 사립대들은 출발선조차 다른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내몰려 서서히 말라 죽어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대전·충청 지역 대학들의 잇따른 메가 통합 무산 사태가 단순히 특정 대학 간의 기싸움을 넘어 지역 고등교육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징후라고 경고한다. 학령인구 절벽이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도 각자의 간판 지키기와 기득권 사수에 급급한 이기주의가 계속된다면, '수도권 인접 프리미엄'이라는 마지막 동아줄마저 끊어지고 지역 고등교육계 전체가 공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