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로 개척작전을 수행하던 육군 제25보병사단 군인들이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사고를 당했다. 당시 MDL 인근에서 두 차례 폭발이 발생해 수색대대장 등 군인 3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중상을 입었다. 국가의 명령에 따라 가장 위험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군인들이 큰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사고의 가장 무거운 ‘사실’이다.
그러나 사고 직후부터 정치권에서는 폭발물의 출처와 현장조사 시점, 군의 대응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북한이 새롭게 매설한 지뢰인지, 과거 아군이 매설한 지뢰인지, 북한에서 유실된 지뢰인지조차 최종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군의 초동조치에 대한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명절 헤드라인의 대부분을 장식했다. 물론 군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사고 원인을 밝히고 작전절차와 지휘·보고체계, 안전관리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는 것은 민주적 통제의 순기능이다. 다만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가 확인되기도 전에 정치적 공방이 앞설 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라는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이번 사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정치적 책임 공방이 아니라 분단의 물리적 경계인 DMZ라는 공간이 지닌 현실적인 위험성 위에 고정해야 한다. DMZ는 일반적인 군사작전지역과 구별된다. 정전협정 이후 오랜 기간 지뢰가 매설돼 있고, 집중호우나 지형 변화 등에 따라 지뢰가 이동하거나 유실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최근 북한의 DMZ 일대 군사적 조치가 계속되면서 현장의 위험성은 더욱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수색로를 새로 개척하는 작업은 단순한 보병 작전이 아니라 지뢰탐지와 지형 분석, 폭발물 처리, 감시·정찰,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 등이 동시에 요구되는 고위험 임무다. 이 과정에서 최우선순위는 우리 군의 안전이다.
여기서 필요한 질문은 ‘왜 즉시 들어가지 않았느냐’를 넘어 ‘어떻게 안전하게 들어갈 것인가’가 되어야 한다. 진상규명은 신속해야 하지만 추가적인 인명피해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조사의 속도와 군인의 안전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달성해야 할 과제다.
이번 사고에서 참고해야 할 또 하나의 사례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이다. 당시 DMZ 수색작전 과정에서 목함지뢰가 폭발해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이 크게 다쳤다. 하재헌 하사는 양쪽 다리를, 김정원 하사는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팀의 합동조사 결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얼마나 직접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위험한 작전에 투입되는 군인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라는 과제를 우리 사회에 남겼다.
11년이 지난 지금 이번 사고를 2015년 사건과 동일한 원인으로 섣불리 규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두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같다.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군인을 국가는 얼마나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는가? 이번 사고를 둘러싼 공방에는 이 질문이 누락되었다.
정부와 군은 우선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폭발물의 종류와 출처뿐 아니라 수색로 선정 과정, 지뢰 위험정보 공유, 탐지·방호장비의 적절성, 현장 지휘체계와 위험판단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DMZ와 접경지역의 지뢰 위험은 과거 매설 기록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지형 변화와 수해, 유실 가능성, 북한의 군사적 활동 등을 종합해 위험도를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공유해야 한다.
수색로 개척과 지뢰탐지 역시 위험도에 따라 투입 인원과 장비, 탐지방식, 접근절차를 달리하는 위험기반 작전관리체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무인체계와 원격탐지 등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람이 직접 위험지역에 들어가는 횟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사고 이후에는 응급처치뿐 아니라 치료와 재활, 보상과 복지까지 피해 군인과 가족을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정치권의 역할도 분명하다. 국회가 군의 안전관리체계를 검증하고 정부에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원인 규명도 되기 전에 책임 공방부터 시작하는 정쟁, 조사 환경조성을 저해하고, 결과마저 불신할 준비를 마친 정쟁은 지뢰보다 더 위험한 분단 80년의 소산일 수 있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한편 다친 군인을 제대로 치료하고, ‘다음 군인’들이 같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도 DMZ를 품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책무이다.
따라서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는 조사와 증거 확보를 지원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보다 책임 있는 접근이다. 정부와 군 역시 조사에 시일이 걸리는 이유와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 추가적인 안전조치 등을 가능한 범위에서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투명성이 부족하면 그 빈자리를 정치적 해석과 의혹이 채우게 된다.
만일 조사 결과 이번 사고가 북한의 대남 절연(2023.12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DMZ 요새화 조치 과정에서 이뤄진 추가 지뢰 매설에 따른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군사적 위협 행위인 만큼 북한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대로 우리 군의 수색로 개척 작전이나 안전관리에서 문제가 확인된다면 그에 따른 문책과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조사 결과가 재발방지로 연결될 수 있는가이다.
안보의 목적은 군사적 임무라는 협의의 개념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국민과 국가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군인에게 발생할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줄이며, 사고가 발생하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역으로 국가의 책무로 남는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더 안전한 DMZ 작전, 더 정교한 지뢰관리체계, 더 촘촘한 군인 보호체계를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가에는 ‘누구의 책임인가’를 넘어 ‘오늘의 참극이 반복되지 않게 무엇을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국가를 위해 위험한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의 안전이 있어야 한다.
한기호 필자 주요 이력
▷아주대 아주통일연구소 교수(연구실장) ▷연세대 통일학 박사 ▷통일부 과장(서기관) ▷(사)북한연구학회 대외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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