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오타니의 나라에서 야구하는 아이들이 사라진다

  • 日 초등생 야구 인구 10년 새 40% 급감…프로야구 관중은 사상 최대

  • 공간 부족에 돈·시간도 부담…스포츠산업의 미래 선수·팬 기반 흔들

일본 야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사진오타니 인스타그램 캡처
일본 야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사진=오타니 인스타그램 캡처]


예전 일본 만화에서 공터 장면이 나오면 항상 야구를 하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다. '도라에몽'에서 방과 후 퉁퉁이가 모이라고 소리치면 비실이는 새 방망이를 자랑했고, 진구는 투덜대면서도 글러브를 챙겼다. 토관이 쌓인 풀밭이 곧 야구장이었다. 공터 한쪽에서는 '캡틴 츠바사'의 주인공처럼 공을 친구 삼아 드리블하는 아이들이 뛰어다녔다. 누군가 친 공이 담장을 넘어 이웃집 유리창을 깨면 호통 소리에 다 함께 줄행랑을 쳤다가, 해가 질 때까지 다시 공을 던졌다.

이제 일본에 그런 공터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공원은 늘었지만 곳곳에 공놀이 금지 팻말이 붙었다. '오타니 쇼헤이의 나라'에서 초등학생 야구 인구는 10년 새 40% 줄었다.

경기장 풍경은 정반대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관중은 2704만명, 프로축구 J리그 관중은 컵대회 등을 포함해 1350만명으로 각각 역대 최대였다. 2030년께까지 새로 문을 열 실내경기장도 약 30곳에 이른다.

반면 일본야구협의회가 집계한 2023년 초등학생 야구 인구는 경식·연식을 합쳐 17만409명에 그쳤다. 초등학생 연령대 축구 등록 선수도 지난해 약 27만명으로 10년 새 11%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스포츠를 즐기는 어린이가 저출산에 따른 어린이 인구 감소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장을 찾는 10대들도 줄었다. 사사카와스포츠재단에 따르면 2023년 스포츠를 현장에서 관람한 12~19세의 비율은 30.5%로 2011년보다 10%포인트(P) 이상 낮아졌다.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는 2024년 관람 비율이 2012년보다 5.5%P 떨어지는 데 그쳤다.

경기장을 한 번 찾는 데 드는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에 따르면 2024년 스포츠 현장 관람객의 1회 입장권 비용은 종목 전체 평균 4527엔(약 3만9000원)으로 10년 전보다 44% 올랐다. 지난해 3월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다저스와 컵스의 개막전은 가장 싼 외야석이 5500엔, 포수 뒤편 좌석은 15만엔이었다.

집에서 보는 중계도 부담이 커졌다. 지상파로 보던 프로야구와 축구 대표팀 경기 상당수가 유료 중계로 넘어갔다. 스포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DAZN은 2024년 기본 요금을 월 4200엔으로 올렸다.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닛케이가 스포츠 관람을 '어른의 사치'에 빗댄 배경이다.

보는 스포츠의 문턱이 높아지는 사이, 친구들과 야구를 즐기는 풍경도 드물어졌다. 사사카와스포츠재단의 2025년 조사에서 1년에 한 번이라도 야구를 한 10~11세 어린이는 16.1%에 그쳤다.6명 중 1명꼴이다. 전일본연식야구연맹의 요시오카 다이스케 사무국장은 "이대로 가다간 야구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위기감뿐이다"라고 말했다. 오타니라는 세계적인 스타의 등장에도 어린이 스포츠 인구 감소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전국 도시공원 수는 지난 20년간 약 30% 늘었다. 그러나 전국 공원의 공놀이 규제를 살펴본 2019년 조사에서는 인구 10만명 이상 지자체의 과반이 관내 공원의 공놀이를 금지하거나 일부 제한했다. 도쿄에서는 그 비율이 80%를 넘었다.

조사를 맡은 니혼체육대의 데라다 미쓰나리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규제가 더 심해졌다며 "초등학교 중·고학년이 뛰어놀 만한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리틀야구단이나 축구클럽에 가입해도 공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도심에서는 클럽들이 한정된 운동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인다. 초등학생 약 180명이 소속된 도쿄 시부야의 축구클럽 'FC 트리플레타'는 여러 운동장을 전전하며 겨우 훈련 일정을 꾸린다. 요네하라 다카유키 감독은 "제대로 연습할 수 있는 곳은 좀처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돈 문제는 더 직접적이다. 효고현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40대 여성은 둘째 아들의 축구클럽 월 회비가 지난해 4월 1000엔 넘게 오르자 "스포츠를 시킬수록 돈이 든다"고 토로했다. 원정비 등을 합친 연간 지출은 20만엔에 육박했다. 가족이 함께 경기를 보러 가고 싶어도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한 가정만의 사정이 아니다. 총무성 조사에서 도쿄 23구의 수영교실 월 회비는 2024년 9079엔으로 10년 전보다 약 2000엔 올랐다. 야구나 테니스는 장비 가격 상승까지 감당해야 한다. 중학교 운동부 운영이 민간 클럽 등으로 넘어가면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맞벌이 가정에겐 시간도 문제다. 훈련장까지 아이를 실어 나르는 것부터 훈련 뒷바라지까지 부모 몫인 경우가 많다. 전일본연식야구연맹은 각 지부와 팀에 부모에게 이런 부담을 강요하지 말라는 통지까지 보냈지만 야구 인구 감소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스포츠를 배울 기회가 가정의 경제력과 시간 여유에 따라 갈리는 '스포츠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공익단체 '찬스 포 칠드런'이 2022년 초등학생 부모 약 2100명을 조사한 결과, 가구 연소득 300만엔 미만인 가정의 어린이 63.5%는 스포츠 강습이나 클럽 활동을 일주일에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연소득 600만엔 이상 가정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비율이다.

'어린이의 스포츠 격차'를 공동 집필한 쓰쿠바대의 시미즈 노리히로 교수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만 아이 운동에 돈을 쓸 수 있게 되면서 스포츠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런 격차가 아이들의 일상적인 신체활동 감소로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사사카와스포츠재단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한 초등학생 조사에서 야외 놀이 시간은 하루 약 30분이었다. 하루 통틀어 60분 이상 몸을 움직이는 날이 일주일에 나흘 이하인 '운동 부족' 어린이는 남녀 모두 약 60%였다.

기도코로 데쓰히로 니혼체육대 교수는 "본격적으로 스포츠를 하는 일부 아이와 전혀 하지 않는 다수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아이들이 저절로 뛰놀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닛케이는 직접 운동해 본 경험이 선수의 기량과 가치를 이해하는 팬을 키우고, 이런 팬이 늘어야 스포츠 문화도 깊어진다고 짚었다. 코로나19 이후의 보복 소비나 팬덤 소비 열기에 기댄 흥행만으로는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공터를 돌려주는 일은 스포츠 산업이 다음 세대 선수와 팬을 키우는 일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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