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35.7도 넘자 日 소비 꺾였다…'폭염 특수'의 역설

  • 기온 1도 오르면 여름 상품 매출 6~12%↑…31도부터 한낮 외출 감소

  • 40도 폭염엔 냉동음료 2.2배…도쿄 가계 추가 지출 212억엔

지난 25일 일본 도쿄에서 행인들이 양산으로 햇빛을 차단한 채 길을 걷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25일 일본 도쿄에서 행인들이 양산으로 햇빛을 차단한 채 길을 걷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한여름 도심을 걷다 더위에 지치면 편의점에 들어가 차가운 음료와 아이스크림부터 찾는다. 땀을 닦으며 음료를 마시고, 손선풍기로 열을 식히며 집으로 향한다. 집에 들어오면 에어컨부터 켠다. 차가운 음료부터 에어컨까지,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관련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이른바 '폭염 특수'다.

일본에서도 여름 상품 판매만 보면 폭염 특수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일본기상협회가 기상 자료와 시장조사업체 인테이지의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간 평균기온이 1도 오르면 스포츠음료와 과즙음료, 아이스크림 매출은 6~8%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더운 날 시원한 소면이나 메밀국수를 찾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건면도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다. 자외선 차단제와 땀 억제제, 미용·건강음료 매출도 6~12% 증가했다. 그렇다면 기온이 오르면 오를수록 폭염 특수도 지속되고 확대되는 것일까.

31도, 한낮 외출이 줄기 시작했다

광고회사 덴쓰와 위치정보업체 유너리가 지난해 6~9월 전국 47개 도도부현의 이동 자료를 토대로 토요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의 외출률을 최고기온별로 비교한 결과, 31도 안팎부터 외출률이 낮아지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에서 500m 이상 이동한 경우를 외출로 봤으며 비가 온 날은 분석에서 제외했다.

두 회사는 이어 토요일을 최고기온 30도 미만인 날과 35도 이상인 날로 나누어 시간대별 외출률을 비교했다. 30도 미만인 날에 비해 35도 이상인 날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외출률이 낮은 반면, 오후 6시 이후에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오후 2시 외출률은 35도 이상인 날이 30도 미만인 날보다 1.9%포인트 낮았고, 오후 7시 외출률은 1.3%포인트 높았다. 덴쓰와 유너리는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이면 사람들이 더운 한낮의 외출을 꺼리고, 일부 일정을 저녁 시간대로 미루는 것으로 분석했다.

35.7도, 전체 소비가 감소세로

기온이 35도를 넘어서면 외출 시간뿐 아니라 소비액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다이이치라이프 자산운용경제연구소와 함께 2023~2025년 7~8월 평일을 대상으로 주요 10개 도시의 최고기온과 가계조사의 하루 평균 소비액을 분석한 결과, 최고기온이 35.7도를 넘는 구간부터 소비액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닛케이는 35.7도를 '폭염 특수'가 소비 위축으로 돌아서는 분기점으로 분석했다.

스포츠음료는 극심한 더위가 오히려 판매를 줄인 대표적인 상품이다. 평소에는 기온이 오를수록 잘 팔린다. 하지만 시장조사업체 트루데이터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2023년 이후로는 판매가 부진했다. 열사병 경계경보가 내려지면 야외작업이나 스포츠 경기가 취소되면서 스포츠음료를 마실 기회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한낮 슈퍼마켓 방문객이 감소하면서 우유와 2ℓ 대용량 음료 판매도 증가하지 못했다. 트루데이터는 이들 상품의 경우 매장 방문객 가운데 일정 비율이 구매하기 때문에 방문객 감소가 판매 부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외출 감소가 오히려 판매 증가로 이어진 상품도 있다. 대표적인 품목이 아이스크림이다. 더울수록 끈적이는 아이스크림은 밀리고 얼음 비중이 높은 빙과류가 잘 팔린다는 것이 기존 통념이었다. 하지만 폭염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아이스크림을 찾으면서 판매는 기온과 함께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야외에서 먹기 편한 막대형 얼음과자는 부진했다. 기온뿐 아니라 소비 장소에 따라서도 잘 팔리는 상품이 달라진 것이다.

40도, '즉시 냉각' 상품으로 몰린 소비

기온이 40도에 가까워지면 수요는 몸을 빠르게 식히는 상품에 집중됐다. NTT도코모가 2024년 4~9월 간토 지역의 최고기온과 구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냉각 스프레이와 넥 쿨러, 냉각 타월 등 체감온도를 낮추는 용품의 구매량은 25도일 때를 100으로 놓으면 30도가 넘을 때 약 두 배로 늘었다. 40도에 가까워지면 최대 여덟 배였다. 식품 분야에서는 미세한 얼음 입자를 액체에 섞어 체내 온도를 낮추는 '아이스 슬러리' 음료의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소매점 판매 자료인 RDS-POS에 따르면 상품명에 '아이스 슬러리'가 들어간 제품의 올해 6월 판매액은 이미 지난해 여름 최고치를 넘어섰다.

실제 아이치현 등 일본 중부 도카이 지방에서 40도 이상의 혹서일이 닷새 연속 이어진 지난달 21~25일, 편의점 로손의 점포당 냉동 음료 판매액은 같은 달 7~11일보다 2.2배로 늘었다. 특히 아이치현에서는 3.5배로 증가했다. 얼음과자 판매액도 1.5배로 늘었다. 냉동 음료 판매 1위는 보리차, 2위는 스포츠음료였다. 야외 활동 취소로 일반 스포츠음료가 부진한 것과 달리, 40도 이상의 더위에서는 얼려 마시는 형태에 수요가 몰린 셈이다.

하루 최고기온이 35.7도를 넘는 구간에서는 소비액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여름 전체로 보면 더위를 견디기 위한 지출은 늘었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는 올여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도쿄의 가계 소비지출을 211억5100만엔(약 1822억원)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음료와 빙과류·조리식품 등 식료품 지출이 84억8100만엔,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포함한 가구·가사용품 지출이 약 43억엔, 보건·의료 지출이 약 20억엔이었다. 음료와 냉방기기, 의료비는 가계가 줄이기 어려운 '더위 비용'이다. 반면 외출 기회가 줄면서 의류 지출은 감소했고, 가정에서 불을 쓰는 조리를 피하면서 가스비도 줄었다. 일본 경제 전체로는 더위가 여전히 소비를 밀어올린다는 분석도 있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도 오르면 명목 가계소비지출이 7월 0.3%, 8월 0.2% 늘어난다고 보고 지난해 7~9월 폭염 효과를 2397억엔으로 추산했다.

폭염으로 피하기 어려운 냉방비가 늘어난 만큼 가계는 대신 여행·레저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일본인포메이션이 지난달 전국 20~69세 1180명을 조사한 결과, 전기료를 아끼고 싶어도 실제로 줄이기 어렵다는 응답은 58.5%였고, 여행·레저비를 줄인다는 응답은 46.2%였다. 또 56.5%는 더위로 쇼핑과 외출 빈도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결국 폭염 특수는 기온이 오른다고 끝없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다. 일정 수준을 넘으면 외출과 소비액은 줄고, 지출은 더위를 견디는 상품에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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