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인공지능(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제 보험 서비스에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보험금 청구·심사 등 고객이 직접 체감하는 영역에 AI를 적용해 보험금 지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해외여행보험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서 상해·질병 등이 발생해 고객이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자체 개발한 AI 기반 문서 인식 기술인 'Document AI'가 문서의 종류와 필요한 정보를 판별해 보험금을 지급한다. 항공편이 지연된 경우에는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객이 별도로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술도 구현했다.
김희준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연하게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와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환경, AI 활용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나아가 이런 역량을 실제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지 여부가 금융회사의 경쟁 우위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CTO와 일문일답한 내용.
-해외여행 보험에 국내 최초로 도입한 광학문자인식(OCR) 기술 기반의 즉시지급 시스템은 무엇인가.
"OCR은 이미지에서 문자를 인식하는 기술이다. 이 방식은 이미지가 깨져 있거나 손글씨가 포함된 경우, 촬영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문자 인식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여기에 거대언어모델(LLM) 기술을 접목했다. LLM의 강점은 전후 맥락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데 있다. 이미지 인식 과정에 적용하면 일부 문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문서의 앞뒤 맥락을 통해 내용을 추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보험의 경우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발급하는 정형화된 문서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영수증이 들어온다. 기존 방식에서는 각각의 문서 양식을 사전에 확보해 학습시켜야 인식할 수 있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LLM 기술을 접목해 필요한 요소가 일정 수준 이상 포함돼 있으면 문서의 종류를 스스로 판별하고 그 안에 담긴 정보까지 인식할 수 있도록 기술을 구현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을 외부 상용 솔루션에 의존하지 않고 6개월 만에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는 점이다."
-기술 도입 이후 보험금 지급 속도는 얼마나 빨라졌나.
"휴대폰보험의 경우 이미 충분히 학습된 영수증은 제출하는 것만으로 바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실제로 빠른 경우 약 1초 만에 보험금이 지급된 사례도 있다. 해외여행보험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이 직접 청구하기 전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구현했다. 공항공사나 국가에서 공개하는 오픈 API, 글로벌 항공정보 업체 등 여러 경로에서 항공기 운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한다. 내부 알고리즘이 항공편 지연을 확인하면 해당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고객이 4만원을 지급받은 뒤에야 본인이 탑승할 항공편이 지연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례도 있다. 이처럼 고객은 별도로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보험사는 청구 심사에 투입되는 리소스를 줄일 수 있다."
-외부 솔루션이 아닌 자체적으로 개발한 이유는.
"핵심 기술을 외부 솔루션에 의존하면 빠른 대응이 어렵다. 문서 형태가 달라지거나 고객 피드백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반영하기까지 몇 주에서 길게는 한두 달이 걸릴 수 있다. 반면 자체 기술을 보유하면 오전에 확인한 고객 불편을 오후에 바로 개선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대응력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기술만큼은 반드시 내재화하고, 내부 개발자들이 직접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한 인력과 시스템은 어떻게 갖추고 있나.
"디지털 손해보험사로서 정보기술(IT) 자체가 핵심 경쟁력이라고 판단했다. 전체 임직원 가운데 개발 인력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클라우드 운영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도 외부 클라우드 운영 서비스(MSP)에 맡기지 않고 직접 운영한다. 개발자 상당수가 기존 보험사나 금융회사뿐 아니라 일반 IT·서비스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기간계(Legacy System)·원장(Ledger) 등 코어 시스템을 담당하는 개발자와 고객이 직접 접하는 채널 개발자를 구분하기도 하지만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이들이 한 팀에서 함께 일한다. 보험 도메인 지식을 가진 개발자와 IT 서비스 경험을 갖춘 개발자가 협업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험 서비스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다."
-앞으로 AI 시대 보험산업의 기술 경쟁력은 무엇이고 카카오페이손해보험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많은 금융회사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강조했다. 디지털화를 통해 데이터를 만들고 활용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인공지능 전환(AX)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데이터를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와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환경, 이를 토대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를 다시 고객 경험과 피드백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신생 보험사로서 클라우드 네이티브 인프라와 내재화된 개발 인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보험 도메인과 유연하게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고객들이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을 다른 보험사와 달리 혁신적이고 유연하며, 고객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인식하기를 바란다. 또 보험에는 '실효', '갱신', '재가입', '소멸'처럼 일반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많은데 보험을 고객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고, 고객에게 선택권을 보장하는 보험사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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