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비면 학교가 무너진다"…교부금 개편 저지 위해 손잡은 교육계·노동계

  • 정근식 "학생 수 줄어도 고정비 발생…국가가 새 정책 내면 재원 대책도 마련해야"

  • 노동계 대표들 "단순한 예산 조정 넘어 공교육 포기 선언…100만 서명운동 전개"

정근식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서울시교육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요 산별 대표자들은 28일 서울시교육청 지하 1층 회의실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 반대 및 교육자치·교육재정 위기 대응을 위한 서울시교육청-민주노총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백두산 기자
정근식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서울시교육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요 산별 대표자들은 28일 서울시교육청 지하 1층 회의실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 반대 및 교육자치·교육재정 위기 대응을 위한 서울시교육청-민주노총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백두산 기자]
정부의 일방적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 시도에 맞서 교육계와 노동계가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 정근식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서울시교육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주요 산별 대표자들은 긴급 정책간담회를 열고, 학생 수 감소를 빌미로 한 정부의 교육재정 축소가 결국 공교육 붕괴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위협으로 직결된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28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지하 1층 회의실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 반대 및 교육자치·교육재정 위기 대응을 위한 서울시교육청-민주노총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을 비롯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광창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엄길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위원장,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등 노동계 주요 대표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근식 교육감은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의 교부금 개편 논리를 반박했다. 정 교육감은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학교에 필요한 재정수요가 같은 속도로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학교와 학급은 유지되어야 하고, 교직원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도 계속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기초학력, 특수교육, 돌봄(늘봄학교), AI·디지털 교육 등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절실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특히 정 교육감은 "서울의 경우 고교무상교육, 늘봄학교 등 주요 국가정책사업에서 당초보다 교육청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 재원이 996억 원에 달한다"며 "국가가 새로운 교육정책을 추진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재원 대책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학교 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가 매년 시도교육청과의 교섭을 통해 결정되는 만큼, 교육재정의 안정성 약화가 학교 현장의 인력난과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노동계와의 연대 필요성을 시사했다.
 
노동계 대표자들은 정부의 교부금 개편안을 '강탈'이자 '공교육 포기 선언'으로 규정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막대한 세수가 추가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기업에게는 퍼주면서 우리 교육을 위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정부의 태도는 매우 분노스럽다"며 "학생 수가 줄어든다면 예산을 줄일 것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높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번 교부금 개편이 "미래대응기금이라는 미명 하에 헌법적 가치인 지방교육자치를 훼손하려는 시도"라며 "단 5일간의 입법예고로 추진된 졸속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회 앞 천막농성과 100만 서명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당장 예산 삭감의 직격탄을 맞게 될 학교 현장의 참혹한 현실도 공유됐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전국 중학교 교실 3개 중 1개가 과밀학급이며, 특수교육 대상자와 위기 학생이 급증하는데도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은 42.5%에 불과하다며 "교육 현실을 모르는 재정당국의 무리한 압박에 굴복하면 학교 현장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정인용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은 "경찰청 인건비 비중이 70%이듯 교육 역시 대인 서비스 분야인데, 정부는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 1순위 타깃인 '소모성 지출'로 몰아가고 있다"며 "급식실 결원율이 한계에 다다르고, 특수교육 실무사 1명이 12명의 장애 학생을 돌보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예산 삭감은 곧 아이들의 안전을 방치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태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초과세수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내년 교육예산 증가율은 3.2%에 불과해 3.9%인 공무원 임금 인상률에도 못 미친다"며 "학교비정규직도 집단임금교섭에 돌입한 상황에서 독단적이고 졸속적인 교육재정 32.5조 원 삭감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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